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현수 May 26. 2022

잘 맞지 않는 사람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법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의 요즘 최대 고민은 짝궁이다. 자신과는 성향이 전혀 맞지 않아 스트레스를 꽤나 받는 모양이다. 내 아이는 내성적이고 규율을 엄격하게 지키는 모범생에 가까운 반면 짝궁은 제재나 틀에 얽메이지 않고 상당히 터프한 성향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준비물 같은 건 철저하고 챙기는 내 아이에 비해 짝궁은 그런 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럴때면 아무렇지 않게 쉽게 빌리고 내 아이 물건 중에 자기가 원하는 게 있으면 거칠고 세게 요구하는 성격의 짝궁이라는 것이다.


자기와 성향이 다른 친구와 하루 종일 붙어있는 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지 1학년 때와는 다르게 등교길이 마냥 즐거워 보이진 않는다.다른 때보다 더 쓸쓸해 보이는 처진 어깨를 보며 보내는 마음이 썩 좋지는 않다. 앞으로 학년이 올라가도 심지어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더라도 그런 짝궁은 항상 있을거라며,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상황에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는 거라 말은 해줬지만 그 게 아이에게 도움이 될진 모르겠다.


나와 잘 맞는 사람들, 나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사람들, 나의 좋은 점들만을 보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이란 얼마나 행복한가. 그런 사람들로만 가득한 조직의 일원이라면 얼마나 삶이 풍요로울까? 하지만 현실은 어디 그런가. 그건 사실 그저 이상에 불과하다는 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봐도 주위의 경험을 들어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애초에 나와 성향이나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만 모인 조직과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이상에 불과하다면, 그 조직을 끌어가는 리더는 조직의 문화를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할까?


최근 우연한 기회로 조직 문화와 가치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가 생겼다. 겨우 혼자서 일하는 1인 기업이고, 수천명의 임직원이 있는 거대 조직에서 일해 본 적은 없는 내가 과연 이 일을 하는 게 맞을지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브랜딩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조직의 문화를 바라보면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로서는 브랜딩 프로세스를 사람이라는 브랜드에 접목해보는 좋은 기회로 여겨졌다.


사내 각 계층의 분들을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성향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가 참 궁금했다. 그러던 중 한 분의 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을 이렇게 묶어낸 건 바로 ‘꿈’이었다. 일장춘몽의 꿈이 아니라, 개인의 작은 소망, 바라고자 하는 열망의 꿈. 회사가 존재하고 유지하기 위한 비전의 꿈. 구성원 전체가 이 회사를 넘어 사회와 세상에 기여하고자하는 꿈. 이런 꿈들이 연결되어 이 거대 조직이 큰 분쟁없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인터뷰를 통해 하게됐다.


결국 조직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구성원 개개인 '꿈', 회사가 가진 '꿈'이라 정의내리고 싶다. 이렇게 사안을 접근하면 뭔가 꿈처럼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이 꿈이라는 걸 관리하는 건 말도 안되겠지만, 구성원들의 마음 속에 흐르는 ‘꿈’을 세심하게 파악해내고 보살피고 키워가고 지켜가는 노력들이 결국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들어내고 결국엔 지속 가능하게 만들지 않을까 싶었다.


짝꿍과 사이가 안좋은 아이가 둘의 성향은 달라도 같은 꿈을 가기게 된다면 더 친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원래 타고난 성향은 바꿀 순 없더라도 그 교실 안에서 비슷한 꿈을 꾸고, 명확한 비전을 공유할 수 있다면 성향이 전혀 다른 짝궁이나 다른 아이들과도 더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건 내 아이와 짝궁만 둘어서 해결하기엔 너무 어려운 문제같고, 중간의 다른 친구나


그 조직의 리더인 선생님께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문제같기도 하다. 회사 조직의 중간관리자나 리더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작든 크든 각자 우리는 꿈을 품고 살아간다. 그 꿈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하지만 바란다고 금방 이루어지진 않는다. 스스로 노력해야 할 때도 있고, 서로 힘을 합쳐야 간신히 이룰 수 있을 때도 있다. 그러는 사이 작은 꿈은 더 큰 꿈으로 변하고 도전의 높이도 더 올라간다. 하지만 그런 새로운 목표가 다시 꿈을 실현해가기 위한 연료가 되기도 한다.


꿈을 품고 사는 사람은 당장은 힘들어도 어려움을 금방 극복한다. 꿈을 품은 조직의 구성원은 회사가 잠깐 힘들어도, 업무의 난이도가 높아도, 동료나 상사가 마음에 안들어도 버텨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개개인이 큰 꿈이든 작은 꿈이든 마음 속에 품고 살아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나의 꿈은 뭘까? 꿈을 꿔 본지가 너무 오래됐다.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어 가면서 점점 '꿈'이라고 하면 그저 허망한 공상에 불과하다고, 현실을 헤쳐가는데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자신과 조직의 '꿈'에 대해 말하는 여든에 가까운 인터뷰이의 반짝 거리는 눈을 보면서 생각했다.


오늘부터라도 꿈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고 꿈에 대해 얘기를 나눠봐야겠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패션 브랜드는 왜 로고 플레이에 적극적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