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콘텐츠 발행이 필요한 이유
매번 고객사의 주어진 문제를 의뢰받고 그 걸 푸는 것에만 익숙해진 디자인 회사들은 그런 일이 사라졌을 때 참 당황스럽고 난감해진다. 당장 회사의 재정도 타격을 입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시간들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생각에 더욱 고민스럽다. 가장 일반적이고 보통의 방법은 그 동안 시간이 없어 정리하지 못했던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것이다. 지난 프로젝트들을 복기하면서 디자이너는 성장한다. 앞으로 다른 비슷한 유형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큰 도움을 준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걸리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두고 두고 홍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회사의 자신이 된다.
하지만 사실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일은 디자인 회사의 기본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처럼 시간을 쪼개해야하는 일로 생각하는 게 맞다. 그렇다면 그 시간들을 포트폴리오 정리만으로 쓰는 게 괜찮은 일일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빈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우리 회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밀물처럼 밀려 오던 일이 갑자기 뚝 끊길때면 뭘해야할지 몰라 허둥댔다. 놀아 본 사람이 잘 놀고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데, 매번 의뢰만 받은 일만 해오다가 그 게 한꺼번에 사라지니 뭘해야 몰랐다. 이런 상황을 전혀 생각해보지 않고 대비하지 않아서 심리적으로 더욱 불안감이 컸다.
물론 이 문제는 디자인 분야에만 한정된 얘기는 아닐것이다. 주어진 문제를 받아 과제를 풀듯 쳐내야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많은 지식, 크리에이터 기반의 서비스 회사들이 겪는 문제다. 어떤 문제가 주어져야 안정감을 느끼는 습관이 그래서 무섭기까지 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막상 우리 내부에 있는 문제들은 어떻게 풀어왔는지를 들여다 보니 일할 때만큼 신경 써서 좋은 생각을 내놓지 못했다. 다른 회사 다른 브랜드의 문제는 기가막히게 푸는 데 정작 우리 문제는 손대기도 힘들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회사의 빈 시간을 슬기롭게 이겨내보고자 시작했던 일이 뉴스레터다. 1~2주에 한번 브랜딩과 디자인에 관련된 주제로 발행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시장 안에서의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분석하고, 답하고, 때에 따라 제안까지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그 동안 고객사의 문제들을 수동적으로 받아 해결만 하는 것에 주력했다면, 뉴스레터 서비스는 우리가 먼저
시장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고 제안하는 콘텐츠다. 누구의 요청을 받은 것도, 주제가 주어진 것도, 문제에 대한 답을 요청받은 것도 없다. 오로지 우리 스스로 모든 걸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거기에 대한 답을 써보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회사 스스로가 문제를 능동적으로 찾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디자인과 브랜딩에 관한 문제는 어디서든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발견해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도 알게됐다.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발행하는 의미는 이렇게나 크다.
문제 해결을 넘어, 제안으로
사실 ‘이런 문제가 있으니 해결해 주세요’라고 하는 고객사들도 많겠지만, 애초에 '어떤 게 문제인지도 모를' 많은 기업이나 브랜드들도 많을 것이다. 이걸 우리가 한번 찾아 보자는 생각에 동의와 호응을 해주시는 분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우리가 발행하는 콘텐츠를 보면서 디자인과 브랜드의 문제를 새롭게 알거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면 그 걸로 충분하다.
어떤 일을 계속해나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간다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우리 분야의 콘텐츠를 계속해서 발행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만이 우리 회사를 성장 시키고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보고 우리를 찾아와 주시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이런 실행이 쌓여 점점 더 나은 콘텐츠를 발행하게되고 보는 사람들에게도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순환이 생기는 일이 가장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 문제는 회사 차원을 넘어 사람으로 교체해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주어진 문제를 잘 풀어내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풀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객과 독자들에게 문제점을 먼저 들여다 보고 탁월한 제안까지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후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적극적인 제안으로 타인의 일과 삶에 조금의 영향력이라도 미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