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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Jun 10. 2022

각본없는 드라마같은 회의의 위험성


회의를 위한 회의를 정말 싫어합니다. 공허한 말뿐인 회의로 시간을 낭비해 본 경험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회의(會議)라는 말은 여럿이 모여 논의한다는 뜻을 가집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게 우리가 어떤 프로젝트를 할 때 말하는 ‘회의’의 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회의는 의논과 의견 교환에서 끝나지 않고, 의논을 통해 얻어진 작은 결과물이라도 나와야하기 때문이죠. 그렇지 않으면 그건 회의(會議)가 아니라, 의심으로 가득한 회의(懷疑)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편하게 보는 방송사의 프로그램들은 하나같이 대본이 있습니다. 예능 리얼리티 프로그램조차도 대본이 필요한 다는 걸 알고선 꽤나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 대본들이 노출되면서 저처럼 충격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기도하고 ‘리얼’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도 커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 게 꼭 나쁜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리얼을 추구한다는 예능 프로그램이 꼭 다큐일 필요는 없으니까요. 다큐보다는 재미를 추구한다면 어느 정도의 예상된 시나리오와 방향성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 그러면 나중에 편집에서 억지로 끼워 맞추고 일부러 늘리고 줄이느라 프로그램 당사자들도 보는 시청자들도 상당히 괴로울 거라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잘 짜여진 각본과 대본은 ‘리얼’이라는 예능 드마라에 현실감을 더 불어 놓고 몰입도를 올려주기도 할 것입니다. 아마 이런 이유로 그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작가’분들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닐까 싶습니다. 다양한 상황을 예상하고 미리 연출할 수 있어야 프로그램이 더 재밌고 지속적일 수 있기 때문이겠죠.


저는 이 게 마치 '회의'라는 주제에도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생 리얼로 아무 생각없이 노트에 펜 하나 들고와서 참석한 회의는 건질 게 많이 없습니다. 회의의 의제에 대한 생각도, 예상된 질의와 답변도 없이 참석하는 회의는 별 소득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일을 진행하기 위한 그 어떤 행위도 다 의미는 있겠지만, 이런 회의는 긴장감도 결론도 없이 흐지무지 끝나버리는 각본없는 드라마일 때가 많습니다. 물론 어쩌다 각본없는 드라마가 빛을 발하기도 하지만 그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이유로 성과가 있는 회의가 되려면 가수가 무대에서 리허설하듯이 미리 치밀하게 예상하고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한정 난상토론이나 밤샘토론을 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저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야 전혀 없던 생각도 튀어나올 수 있고, 그 위에 다른 생각이 보태지고, 다듬어지기도 할테니까요.


하지만 짧은 시간에 가장 효과적으로 우리들의 목표를 이룰 작은 회의에서는 기준이 달라야합니다. 치밀한 준비와 논리적 구성과 탄탄한 완성으로 이어질 수 있게 회의해야겠습니다. 다만 회의의 분위기 만큼은 언제나 신중하지 않고, 비판이나 비난하지 않고, 눈치보지 말고 맘껏 터 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여야하겠습니다.


우리가 해야할 일들은 많고, 시간을 유한하고, 회의를 소집하는 일 자체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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