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쓰는게 아깝지 않는 사람

그녀의 사랑 측정법

by 우현수

" 너는 어떨 때 그 사람이 좋다고 느껴지니? "


대학교 하굣길에 친한 여자 동기에게 내가 물었다. 나이는 같았지만 또래답지 않은 너그러움과 여유가 있는 친구였다.


“ 음,,,나는 내 돈 쓰는게 아깝지 않을 때야 "


뭔가 근사한 답을 기대했던 나는 실망스러웠다. ‘내 모든걸 줘도 전혀 아깝지 않는 사람이야’ 라거나 '내가 손해 보고 있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심리 상태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야 ‘라는 고상한 대답을 기대했던 나는 실망스러웠다. '사랑의 감정을 금전으로 헤아리다니,,,,,' 나는 친구의 태도가 천박해 보여서 속으로 혀를 찼다. 그 때만 해도 내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너무 숭고한 것이어서 '돈'이라는 가볍고 노골적인 단어를 붙이는 것조차 불편했던 시절이었다.


사랑을 어렵게 생각해서 그랬을까?

내게 사랑은 잘 찾아오지도 않았고 찾아나선 사랑과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아마 그 여자동기처럼 사랑의 정의를 쉽고 가볍게 내렸더라면 술술 풀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 여자 동기의 사랑은 어땠을까 ? 대학을 졸업한지 2~3년이 흘러서야 그 친구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군대까지 기다리며 8년간 헌신했던 남자친구에게 헌신짝처럼 버려졌고 이듬해에 선을 보고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친구 말대로 돈이 아까운 줄 모르고 빠져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돈도 사랑도 모두 잃은 신세가 된 것이다.

그렇게 보면 사랑은 태도의 문제라기 보다는 운명의 문제처럼 보인다.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태도를 취하든 우리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하고 겸허하게 기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랑을 쉽게 정의 내릴 수는 있겠지만, 쉬운 사랑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세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