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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창작활동이면서 소통활동인 이유

by 우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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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 회사로 오래가려면 외부 인력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슈퍼맨이 아닌 한 사람이 여러개 프로젝트와 다양한 성격의 일들을 모두 진행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1인 창업 1, 2년차 때는 내 몸 하나로 어떻게든 떼웠지만 그게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자신의 심신을 위한 다면 함께 일해야 합니다. 이런 생각으로 작년부터는 매우 적극적으로 외주 인력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외주 경험이 거의 없던 사업 초기 몇번의 뜨악한 협업 경험으로 인해 다시는 절대 네버 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수도 없이 했었는데도 말이죠.


어디 세상에 다 좋은 일만 있겠어요. 더 많은 일을 더 잘 하려면 그에 맞는 인력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어떻게든 일인 회사를 유지하고 싶은 저는 채용까지는 아니지만 임시 채용의 개념으로 외주 파트너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때론 제가 다른 회사의 파트너가 되기도 하구요.


외주 상황이 해가 갈수록 많아지다보니 일 자체보다는 고객사, 예비 고객사와의 접촉과 외주 인력들과의 소통에 아주 아주 많은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수명의 사람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고, 채팅하고 화상 회의하고 전화하다면 어느덧 하루 해가 넘어가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사업 초기 실제 디자인을 하고 기획안을 쓰는 일에 매진했다면 이제는 관리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조정하는 게 주된 일이 된 것입니다.


신기하죠. 조직이 아니라 혼자서 일하는데 오히려 회사 때보다 소통과 관리 능력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회사라면 바로 옆에서 그 때 그 때 지적하고 바로잡아야할 일이 멀리 떨어져 있으니 문자나 말을 통해 더 확실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바로 옆에서 눈빛을 주고 받으며 몇마디만 하면 될 것을 이메일로 구구절절, 카톡으로 화면에 가득차게 소통을 하는 일은 참 피곤한 일이긴하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이런 소통이 오해없이 잘돼야 프로젝트도 순항합니다. 결과물도 물론 더 좋아지구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결국은 모든 일이 커뮤니케이션에서 커뮤니케이션으로 끝난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됐습니다.


사람 간 서로의 생각을 맞춰가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척하면 척 알아듣는다는 말은 업무에 있어서는 믿어서는 안될 말입니다. 몰라도 아는 척 할 수 없게 딱 맞게 알아듣게 확실한 어휘와 느낌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이 정도면 알겠지라는 생각도 위험합니다. 귀찮더라도 반드시 마지막에는 한번 더 확인하는 습관도 들여야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눈빛만 봐도 코드가 맞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은 자기 일이 바쁩니다. 남에게 신경쓸 시간이 많이 없죠. 그러니 한번에는 어렵고 점점 시간을 들여 맞춰 가면서 더 나은 소통을 이어갑니다.


예전엔 애초에 코드가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딱 한번 봤을 뿐인데 ‘저 사람은 나랑 안맞더라’ 이렇게 단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의 대부분은 틀리더군요. 내가 그런 생각의 한계를 짓고 보기 때문에 맞을 것도 맞지 않는 것도 많았습니다. 더 알아볼 노력을 하기 싫은 게으름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서로 말을 해보고 이미지를 주고 받으며 소통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소통은 가능합니다.


그런 생각을 한 후로는 어떤 사람에 대해 앞서 짐작하지 않고 미리 정해 놓기로했습니다. 물론 그런 마음이 눈꼽만큼도 생기지 않는 태도의 사람들도 간혹 있긴 하지만요.


어쨌든 요즘 제가 디자인이라는 일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이렇습니다. 디자인은 고도의 감각을 드러내야하는 창작 활동이기도 하지만, 고객과 끊임없이 생각의 핀을 맞추는 작업이라고, 그래서 서로간 소통의 코드까지 맞춰가는 작업이고요.


소통은 일방이 아니고 왔다 갔다 해야합니다. 그럴러면 디자이너는 좋은 질문을 던져서 상대가 답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을 아주 잘 들어야하겠죠. 그 게 디자인을 좀 더 쉽고 정확하게 고객의 생각에 맞게 제안하는 일이 아닐까합니다.


| 브랜드 컨셉 빌더 ⓒ BR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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