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멤버 리브랜딩 관찰기 >
리멤버 어플을 거의 초장기부터 써왔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명함을 참 많이 받습니다. 사실 명함 자체의 실제 효용보다는 만남과 인사라는 상징적 측면에서 명함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명함은 건네는 그 순간이 중요하지 그 만남이 지나고 서는 금방 잊히기 마련입니다.
그랬다가도 나중에 연락을 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명함을 찾아 헤맵니다. 꼭 필요할 때 찾으려고 하면 없습니다. 책상 서랍과 온방을 뒤져 명함이 가득한 뭉치를 찾더라도 카드놀이하듯 한참을 찾아 헤매야 합니다. 그런 일을 겪어보니 안 되겠다 싶어 휴대폰으로 찍어 두더라도 비슷하더군요. 휴대폰 사진첩에 깨알처럼 박힌 명함 사진을 찾으려면 또 한나절이 걸립니다. 그래서 제가 썼던 방법은 메모장에서 사진을 찍고 명함의 받은 분의 이름과 회사 정도를 쓰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명함 폴더를 하나 만들어 저장해 놓았습니다. 나중에 키워드로 검색하면 웬만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에버노트를 한참 많이 썼을 때는 그 안의 명함 스캔 기능을 썼습니다. 오타가 너무 많아서 다시 일일이 수정하는 게 너무 큰일이라 잠깐 쓰고 말았습니다.
이 게 다 제가 리멤버를 안 쓸 때의 상황입니다. 그러다가 리멤버를 만나고 신세계가 열렸습니다. 찍기만 해도 정확한 정보로 타이핑이 됐습니다. 정보뿐 아니라 명함 이미지까지 있으니 시간이 흘러 기억을 되살리기도 쉽습니다. 이제는 누구를 만나 명함을 건데 받으면 돌아와서 무조건 리멤버를 열어 찍어 둡니다. 맛있게 먹었던 식당 명함이나 친절하신 부동산 사장님 명함도 예외는 없습니다. 급할 때 메모지에 적어둔 전화번호도 리멤버로 찍어 둡니다. 입력은 안되더라도 이미지가 남아있으니 시간 있을 때 정보를 입력하면 임시 명함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또 하나 경악스럽게 놀랐던 게 명함을 찍어 올리면 일일이 사람이 타이핑을 해준다는 말이었습니다. 그걸 듣고선 얼마나 놀랬던지.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결정이 그때 이미 상당히 많이 나와있던 명함 어플 중에서 독보적인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입력해 정확도를 높인 점이 저와 같은 사용자들에게 주목받았던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죠.
지금은 95% 명함들이 자동으로 입력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저처럼 리멤버를 열심히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용자도 있겠죠. 그런데 재밌는 건 내가 명함을 촬영해서 올리면 그 명함의 주인공도 자연스럽게 리멤버의 '멤버'가 됩니다. 재밌는 시스템이죠.
고객을 한 명 오면 한꺼번에 두 명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사용하지 않더라도 리멤버를 쓰는 회원이 명함을 촬영해 올리면 그 데이터가 쌓이는 거죠. 그래서 지금 리멤버에는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DB를 가지고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무려 2억 장이나 되는 명함 정보가 모였다고 합니다.
결국 리멤버가 생각한 건 명함의 보관이 아니라, 인적 데이터의 수십에 있었던 거죠. 가장 생생한 현재의 현장의 인적 데이터들이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통로인 거고요. 그래서 지금은 아시아의 링크드인을 꿈꾼다는 모기업 드라마 앤 컴퍼니의 말이 뜬구름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제가 사용자 입장에서 좋은 건 이제껏 수집된 명함만 보고도 있어도 지난 몇 년간 만남 사람, 함께 일했던 분들을 같은 타임라인에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직장인이라면 자신의 경력의 흐름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직접 만나진 않지만 한번 만나 명함을 건네받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플랫폼이 되는 거죠. 그래서 결국 직장 또는 사업체가 있는 다시 말해 '명함이 있는' 사람들 모두가 모인 커리어 커뮤니티를 이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준비한 리멤버의 미래 그림을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이번 리멤버 리브랜딩을 통해 가장 반가웠던 변화는 디자인이었습니다. 사실 이전의 브랜드 로고는 볼 때마다 답답하고 무뎌서 못내 아쉬웠거든요. 딱히 나쁘진 않는데 기분 좋게 느껴지는 로고 디자인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Remember 여덟 글자 중 세 개나 차지하는 소문자 'e'는 특히 그 답답함을 더하게 했습니다. 하나만 있어도 그럴 텐데 눈에 거슬리는 요소가 3개나 반복되니 여간 더 눈길이 가고 거슬리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바뀐 로고는 시각적인 재미가 있으면서도 개성이나 완성도 측면에서 너무나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내 최고 브랜딩 회사인 CFC와 했다는 걸 알고는 더욱더 좋았습니다. 역시 디자인 잘하는 회사들은 하나같이 문제를 참 쉽게 접근합니다. 그냥 봐서도 좋고 뜯어봐도 걸리는 게 별로 없습니다. 전반적인 디자인 시스템에 거슬리는 게 하나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습니다. 물론 이렇게 완성되기까지는 굉장히 폭넓고 다양한 고민과 걸림돌들이 있었겠지만요. 어쨌든 완성되어 나온 결과물은 '그냥 좋다'라는 말이 나오게 만듭니다.
이번 리브랜딩에 있어서의 디자인 컨셉은 '기회의 문’이라는 주제로 풀어갔습니다. 기존의 네모난 모양도 창이나 문의 형상으로 봐도 무방 하긴 합니다. 다만 가로로 된 사각틀의 모습은 문이라기보다는 '명함'을 연상하게 합니다. 물론 세로형의 명함들도 존재하지만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명함을 상징할만한 모양은 가로의 사각형 모양입니다.
사실 '문'이나 '창'같은 소재는 브랜드 디자인의 단골 소재입니다. 언어적으로 문이나 창문이 가진 의미는 굉장히 많죠. 거의 모든 개념들의 통로가 될 수 있는 소재입니다. 특히나 디지털 시대에 와서는 더욱더 어울리는 개념이 되어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들을 '창'이나 '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우부터 최근 리뉴얼을 한 하나투어의 문까지. 국내외의 브랜드 로고들을 모아 보면 빠짐없이 나오는 단골 소재입니다.
그런데 이번 리멤버가 리브랜딩하며 표현한 '문'은 독특한 형식을 취합니다.
'문'의 모양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은유적이고 세련된 표현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페덱스가 문자 로고 안에 화살표를 숨긴 거나, 제일기획이 로고 안에 ‘1’ 자를 품은 것처럼 말이죠.
자칫 '문'이라는 소재를 누구나 바로 보면 드러나게 한다면 정말 딱 '문'이라는 이미지에만 한정되는 걸 피하기 위한 방 안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기회의 문'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자에게만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표현한 걸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문이라는 표현 소재를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드는 창구 같은 의미를 담은 것도 좋았지만 저는 특히 2가지 측면에서 굉장히 신선한 감각을 느꼈습니다.
하나는 로고타입의 리듬감 있는 조형성입니다. 가로획과 세로획의 두께 대비로 인한 정갈하면서도 세련된 마감, 적당한 리듬감과 율동감, 유연함과 개성의 공존 등 무척이나 복합적인 이미지가 느껴지는 로고타입입니다. 문자 하나에 이런 느낌을 한꺼번에 담아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감각의 변주는 로고를 큼지막하게 써도 전혀 지루함이 없습니다. 조형성을 찬찬히 뜯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사실 이런 표현이 특히 IT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주류는 아니죠. 그런데 그게 오히려 달라 보여서 좋습니다. 고딕 계열의 딱딱하고 단단한 이미지의 로고가 주류인 이 분야에서 말이죠. 상당히 부드럽고 소프트한 감성의 터치는 '온라인'보다는 오히려 '오프라인'형의 로고타입입니다.
두 번째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이용한 감성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방식과 분위기입니다. 아래와 같은 마치 카툰을 보는 듯한 표현 방법은 좋은 전략으로 보입니다. 경력과 채용을 위해 모인 사람들 개개인들의 각기 다른 개성과 표정들이 잘 살아난 캐릭터들이 이 플랫폼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합니다.
내가 어디선가 한 번쯤 명함을 주고 받았던 사람들이 모두 활동하는 커뮤니티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내가 저 캐릭터 중 하나가 되어 그 안의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 나눌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꽤나 활발하게 이뤄지는 리멤버 커뮤니티의 활동을 보면서 저 또한 몇 가지 궁금한 사항들에 대해 질문을 남겨 보기도 했는데요. 꽤나 적극적이고 친절하게 답을 주시고 도움을 주려는 걸 보면서 이런 선의의 커뮤니티도 가능하겠구나라는 희망을 보기도 했습니다.
비록 익명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같은 마음으로 관심을 주고 도와주려고 하는 상황들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내 경험을 뽐내기보다는 경험을 나눠주고 선의를 베푸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직장생활 이야기들이 넘치는 공간이 되다 보니 직장인들의 성장일지들이 쓰이는 공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정말 리멤버는 더 이상 만난 사람들의 명함만 관리해주는 비서가 더 이상 아닙니다. 어쩌면 이곳에서 내 인생 절체절명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 나의 함께 평생을 함께할 동료를 만날 수도 있는 플랫폼이 됐습니다. 그러고서 보니 'Remember'는 단지 기억을 유지해주는 앱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이상적인 조직, 회사의 팀을 빌딩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Re: 멤버들'이 모이는 곳으로 진화해가고 있습니다.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정희한 '기회라는 창'을 열고 나가면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인 채용과 경력을 위한 플랫폼,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펼쳐지는 '기회의 장'이 되길 서비스 애용자로서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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