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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Dec 17. 2022

꺾이지 않으려는 마음 대신 구부러질 마음으로

꺾이지 않는 마음


이 문구가 보일 때마다 저는 사실 마음이 좀 불편했습니다. 어떤 의도에서 말하는지는 충분히 알겠는데도 그랬어요. 물론 그런 정신과 자세로 임했기에 기적적으로 16강이라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스포츠 경기에만 한정되어야지 그걸 그대로 일상이나 하는 일에 들여오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인생은 스포츠 경기와는 많이 다르죠. 전쟁과도 다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스포츠 경기와 전쟁에서나 쓰일 법한 문장들을 일상에서 마주칠 때마다 이 게 맞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일상의 매 순간을 경기처럼 치열하게, 전쟁에서 전략을 짜듯 치밀하게 임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죠.


매번 꺾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삶이 될까요. 최근 ‘갓생’이라는 단어가 올해의 키워드에 올랐다고 합니다. 마치 신(God)처럼 완벽하고 성실하게 집중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가 있는 이 단어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목을 옥좨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일상의 순간을 그토록 치열하게 살자는 취지는 참 좋지만 그게 신조어로 나올 만큼 열심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힌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누가 그저 편하게 하릴없이 삶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죠. 최소한 자신의 기준에서 거기에 맞는 노력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고 더 치열해야 한다고 절박해져야 한다고 옆에서 채근하고 스스로 강요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았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렇게 치열하고 절박하지 않았기 때문에 딱 이 정도의 위치에 딱 이 정도만 이뤄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열심히 하지 말라는 거냐? 최선을 다해 뛰지 말아야 하는 거냐?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지 말자는 게 절대 아닙니다. 즐기면서 해라 이런 실제 하기 불가능한 말도 전혀 아닙니다. 


저는 꺾이지 않으려 버티기보다는 구부러졌다가 다시 펴지고 약간 구부러졌다가 더 심하게 구부러져보기도 해 보자는 겁니다. 그렇게 조금 길게 보고 꺾이지 않을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버티지 말고 유연하게 대처해보자는 거죠. 그렇게 구부려지고 꼬불꼬불해지더라도 한걸음 한걸음 목표를 위해 나아간다면 한장 한장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 가보자는 겁니다. 그게 습관이 되고 그 과정이 단단해지면 매번 치열하고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결과만 보고 뛰면서 받았던 극도의 압박도 조금은 사라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절대 꺾이지 않겠다고 안간힘을 써서 이뤄낸 성과보다 이렇게 과정 속에서 시간이 쌓여 얻은 성취가 더 값질지 모르겠습니다.


일을 해가는 우리 마음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가 치열함과 절박함으로만 가득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언제 꺾일지 모른다는 불안에서 해방됐으면 좋겠습니다. 치열한 노력, 치열한 시도, 치열한 실천 등등 치열하게 불탄 후 그 결과로 성과를 얻어내면 무조건 좋을까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분명 나와 내 주변을 다 태워냈던 희생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절대 꺾이지 않으려고 작심한 마음으로 얻어낸 성과는 과연 나와 우리를 위한 위대한 희생이었을까요.


그래서 저는 꺾이지 않는 마음을 먹기보단 언제라도 구부려질 마음을 먹었으려고 합니다. 구부러졌다 펴지고 구부러졌다 펴지는 가운데 목표하는 바로 뻗어갈 최'선'을 그려가고 싶습니다. 그 목표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임하는 자세와 함께 여유, 이완, 유쾌, 희망, 행복 이런 유연한 것들의 의미도 생각해 보며 금세 구부러졌다가도 금방 펴지기도 하는 사람이 돼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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