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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Jan 01. 2023

한해를 살아갈 나만의 키워드

보통 연 초에 계획을 세우다 보면 책 50권 읽기, 하루 영어 공부 1시간씩 하기, 일주일에 운동 3번 이상하기, 음주 2회 이하하기 등 숫자로 된 철저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봐야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더군요. 평소에 그렇게 살지 않는데 계획만 그래봐야 소용없는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몇 년전부터는 ‘올해의 키워드’를 3개씩 잡아 보기로했습니다. 구체적인 실천보다는 한 해를 임하는 자세나 태도를 마음에 새기는 게 목표를 이루는데 더 도움이 될거라는 판단에서입니다.


예를들어 2020년에는 ‘관점, 언어, 시각’이 그해의 키워드였습니다. 브랜딩, 디자인 일을 하다보니 이 세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랜드 디자인을 요약하자면 관점을 담은 개념의 언어를 시각화하는 거였으니까요. 2021년에는 ‘생각, 경험, 관찰’ 이 세가지 키워드를 핸드폰 메인화면에 새겼습니다. 결국 모든 해답이 생각에서 나오고 경험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제대로된 관찰이 있어야만 심도 있는 생각과 경험이 만들어지죠. 이런 좋은 경험의 과정을 만드는 해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2022년에는 문장으로 써보기로 했습니다.


‘앞서서 짐작말기, 스스로 뽐내지 않기, 닿지 않을 목표 세우기‘ 이렇게 3가지를 핸드폰과 노트북 바탕화면에 큼직하게 써 놨습니다. 핸드폰을 열 때마다, 노트북을 실행할 때마다 보이니 최소 하루에 한두번은 읽어 보게 됩니다. 그럴때마다 잠깐이라도 3가지 문장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때론 발표할 때 바탕화면에 있는 이 문구가 노출되어 약간 민망한 경우도 있긴 했지만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올해 내 의지와 생각을 그렇게 간접적으로 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일거라 생각했거든요. 물론 그걸 보고 대놓고 질문하는 분은 아직까진 없었습니다.


그럼 올한해의 키워드 3가지에 대해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사실 엄청나게 신중하게 골랐다기보다는 연 초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 중에서 무작위로 고른 것입니다.


1. 앞서서 짐작말기 - 이 문장은 경험의 무서움을 인식하자는 차원에서 적은 것입니다. 경험이 쌓이고 일에 익숙하다보면 미리 예상하고 정답이 미리 만들어서 더 이상 고려할 수 있는 여지가 없게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선입견이나 편견을 경계하자는 의미도 있습니다.


2. 스스로 뽐내지 않기 - 내가 잘한 일 좋은 성과를 드내는 일을 알리고 자랑하는 일을 저도 많이 합니다. 그런데 그런 셀프 칭찬과 자랑의 힘은 그리 크지 않더군요. 어떤 측면에서는 겸손하지 못한 태도로까지 여겨져 미움을 사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 좋은 것, 정말 잘한 것들은 내가 무리해서 나서지 않아도 남들이 알아주고 자랑을 해주더군요. 그러니 셀프 칭찬을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차라리 그 에너지로 진짜 칭찬을 들을만한 결과물을 만드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3. 닿지 않을 목표 세우기 - 조금 말도 안되는 목표나 꿈을 1년에 하나씩 가져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화성여행’이라든지 ‘네이티브처럼 외국어 구사하기’ ‘연매출 100억 1인 회사’같은 제게는 좀 무리한 목표들 말이죠. 물론 꿈같은 목표지만 이 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밋밋함 일상에 활력을 줄 수 있었습니다.


그럼, 2023년의 키워드는 뭐냐구요? 일단 2개는 못 정했고 1개는 확실히 정했습니다. ’건강‘이라는 키워드는 꼭 넣을 생각입니다. 한해를 회고하면서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해야할 이 희망으로 가득한 때 하필 바이러스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3년간 잘 피해 다녔는데 결국 이 지독한 손님이 저에게도 찾아오고 말았습니다. 창업 후 가장 바빴던 12월을 지나고 나니 체력이 바닥이 나서 그랬을 거라 짐작해봅니다.


몇 시간만 지나면 2023년 새해입니다. 여러분들은 새해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올 한해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가올 새해에도 뜻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고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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