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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Jan 12. 2023

보이지 않는 개념의 줄기 - 맥락

맥락이라는 말을 일하면서 정말 많이 들어왔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처음 할일이 맥락을 파악하는 거라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 뜻을 제대로 체감하기는 어려웠어요. 더구나 그 말을 상황에 알맞은 적확한 표현으로 쓰기에는 저의 이해도가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맥락(脈:줄기 맥 絡:이을 락)이라는 한자를 보고 나름 정의를 내려봤습니다. ‘보이지 않는 개념의 줄기’라고요. 보이지는 않지만 연결되는 어떤 개념을 공유하는 상황으로 해석하자 그 단어가 좀 만만해 보이더군요.


거기에 더해 노드(Node)-로드(Road), 모드(Mode)-무드(Mood)라는 단어들로도 맥락을 이해해봤습니다. 노드라는 마디의 이음새가 로드라는 연결선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모드로 전환되어 독특한 무드를 형성해가는 개념도까지 떠올려 보니 막연했던 개념이 좀 더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생각의 과정을 거쳐 돌아보니 사실 맥락이라는 말만 안썻지 매번 제가 일을 시작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개념이었습니다. 바로 맥락적 사고입니다. 저의 경우 ‘맥락 파악’ 대신 ‘대상 이해’라는 말을 썼을 뿐 입니다.


일을 하며 어떤 걸 분석하다보면 어떤 분야의 지식을 배우다 보면 어떤 공통점이 읽힙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비슷한 의미와 내용으로 연결된 줄기들이 보입니다.


뛰어난 창작물들을 살펴보면 비슷한 맥락이 존재하죠. 모든 감동과 깨우침의 줄기는 연결된 걸로 보입니다. 맥락은 유사한데 분위기나 뉘앙스만 달리해 새로움을 만들어 내죠. 언뜻 크게 달라지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매번 감동하는 천만 흥행영화처럼 말입니다. 이들은 사람들의 감동의 맥락을 잘 짚어주고 있죠. 소재나 재료는 비슷한데 그것들을 좋은 맥락에 맞게 잘 연결합니다.


시대 감각에 맞는 새로운 모드로 전환되고, 새로운 단위의 노드들이 생겨나고, 이들의 특별한 연결로 독특한 무드가 생겨납니다. 새로운 맥락의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같은 내용과 의미라도 맥락을 조금만 달리하면 이렇게 새롭게 다가옵니다.


BTS가 완전하게 기획된 기획사의 상품 느낌이었다면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원래 가지고 있었던 아이돌의 맥락을 그대로만 유지했다면 괜찮았을까요? 기존 아이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모드(소통 방법과 자세)로 새로운 창작물들의 노드(곡과 음악)가 연결되어 그들만의 무드(개성과 고유성)를 만들 수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스타벅스도 제 3의 공간이라는 특별한 느낌을 주지 않았다면 원래 있던 그 많은 커피 프랜차이즈들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기존 수많은 커피숍이라는 맥락을 공유하되 다른 노드(메뉴와 콘텐츠)의 연결로 새로운 무드(공간)를 만들어냈습니다.


결국 새로워진 맥락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결의 방식'이 중요합니다. 브랜드 전체의 맥락에서 어떻게, 뭘, 어떤 형태로 엮어내느냐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맥락으로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사실 유명 경영 서적도 브랜딩과 마케팅, 디자인 서적에서도 다 비슷한 맥락의 얘기를 할 때가 많습니다. 하나의 관통하는 맥락이 존재합니다. 다만 그 맥락을 이루는 줄기의 생김새와 색상과 질감에는 분명하게 차이가 나죠. 그런데 그 세밀한 '맥락적 구성의 차이'가 '실력의 차이'를 만듭니다. 자신만의 생각과 스타일로 엮어낸 맥락을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방법을 고안해내는 사람이 경쟁력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자기를 계발하는 일이란, 성공적인 나를 이루는 일이란 세상의 맥락을 파악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개발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이 가진 생각의 맥락을 남들에게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가는 일이기도 하구요. 이는 다시 말해 내가 가진 생각의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하고, 사고하는 일련의 과정을 구축하는 것이 나를 브랜딩해가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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