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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Jan 26. 2023

브랜드 론칭 때 미리 생각할 것들

[b'talks] 캐나다 부부의 꿈이 담긴 브랜드

캐나다 드림을 꿈꾸는 부부와의 첫 만남


지난주에는 제가 있는 사무실에서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비톡스(b’talks)를 진행했습니다. 캐나다에서  F&B 사업을 하시는 부부였습니다. 부부는 처음 2004년 600명 정도의 아담한 캐나다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주유소와 편의점 사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작은 마을을 벗어나 읍내에 나와서는 아시안 퓨전 식당으로 업종을 변경하셨다고 해요. 코로나로 인해 이동이 제한된 게 사업에는 큰 기회가 되셨다고 합니다. 이동에 제한이 된 상황이다 보니 작은 마을과 우리나라로 치면 읍내 단위 안에서의 모든 경제 활동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부부는 운도 좋았지만 지역 분들의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해드려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 마음을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알았는지 점점 손님도 많아지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그런 사업 성공 경험을 가지고 이제는 좀 더 크고 긴 꿈을 펼쳐보고자 인구 15만의 대도시로의 진출하시려는 계획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사업 구상과 휴식 차 몇 달 전에 한국에 오셨고, 서울과 도쿄를 오가시면서 새롭게 만들어갈 사업 아이디어와 구상하는 시간을 가지셨다고 합니다. 그러는 사이 우연히 SNS에서 제 계정을 보시고 사업 전반적인 자문과 브랜드 컨설팅을 위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사전에 구체적인 정보가 없이 일단 만나 뵙고 즉문즉답으로 조언을 드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리 상세한 자료와 기획서들을 받아보면 더 정확한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해 드릴 때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서로가 전혀 모르는 준비 안된 상황에서 오히려 집중력과 흥미가 올라가 더 좋은 답이 나올 때도 있으니까요. 첫 번째 만남에서 확실한 답을 드릴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인 사업의 정체성과 브랜딩의 방향성을 점검해 드리고 캐나다로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에서 안고 가진 질문들을 캐나다 현지에서 더 해보면서 사업 방향성을 좀 더 구체화하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부가 현재까지 구상하고 있는 사업의 방향


부부께서 지금까지 함께 고민하신 내용의 기획서를 정리해서 브리핑을 해주셨습니다. 현재까지 구상하고 계시는 브랜드는 친환경을 테마로 한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합니다. 도쿄 츠타야 서점의 사례를 들으시면서 식당을 기본으로 업무도 보고 책도 보면서 식사도 가능한, 거기에 더해 친환경 제품들도 판매하는 공간을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만들어진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더욱 쾌적한 공간에서 건강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그러면서도 환경 친화적인 실천을 함께하는 이상적인 브랜드를 꿈꾸고 말하시면서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하셨습니다. 두꺼운 수첩에 빽빽하게 그 꿈을 적어 두신 열정을 보니 저 또한 두근 거리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취지와 생각은 참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도통하려고 하시는 비즈니스의 본질이 단번에 이해되지가 않았습니다. 식당이면 식당이고, 서점이면 서점이고, 친환경 제품 숍이면 숍이지, 이 걸 다 하시겠다는 말로 들렸거든요. 그중에서도 친환경 제품 판매와 친환경적인 재료 활용한 강조 하셔서 들으며 들을수록 헷갈렸습니다.


한마디로 하려고 하시려는 브랜드의 본질이 제대로 정의되지 못하고, 브랜드의 콘셉트가 명확하지 못하니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겁니다. 사실 본질, 콘셉트 이런 게 어려운 말이 아니죠. 내가 하려고 하는 것, 내가 고객들에게 제공하려는 서비스가 어떤 건지를 정의하고 규정하는 일입니다. 이런 일을 여러 번 해본 제 입장에서는 머릿속에 아우트라인이 어느 정도 그려지지만 사실 처음 해보신 분들은 금방 정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도 넘치지만 그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콘셉트로 전달되지가 않죠. 개별화된 생각과 아이디어를 하나의 핵심적인 콘셉트로 '사업의 개념화'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랜드의 시작은 어떤 콘셉트의 그릇에
어떤 감성과 경험을 채울지를
생각하는 일부터


제가 부부의 얘기를 한참 들어보니 결국 하시려는 신사업의 본질은 ‘식당’이었어요. 물론 나중에는 식당에서 머물지 않고 앞 서 말씀하신 것처럼 복합문화 공간으로, 친환경 제품 브랜드로 확장시킬 수 있겠지만 말이죠.


더구나 지금까지 해오시던 작은 마을에서 시작했던 사업의 히스토리가 신사업에도 연결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작은 성공들에서 얻은 데이터와 경험들에서도 분명 도움이 될만한 것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을 기반으로 좀 더 큰 성공을 위해 좀 더 큰 무대를 준비해 보는 겁니다.


그렇다면 식당이라는 본질에 집중해서 보면 어떤 게 가장 중요할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음식과 공간입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은 식당이라고 하는 비즈니스에서의 핵심이죠. 기업이 식당이라면 음식은 그 기업을 대표하는 제품입니다. 음식 메뉴 구성과 퀄리티가 곧 그 식당의 특징이자 경쟁력인 것이죠.




맥도널드에는 빅맥이 있고, 버커킹에는 와퍼가 있습니다. 물론 제품 가격대에 있어서 한 단계 위로는 쉐이크쉑이나 인아웃버거, 파이브 가이즈 같은 수제버거의 등급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식당이라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일의 첫 번째는 이 제품(음식 메뉴)의 라인의 메뉴 구성과 메뉴의 성격, 가격대를 설정하는 것이겠죠. 이는 곧 브랜드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일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품 자체가 곧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그릇과 같으니까요.


그런데 이 정체성의 차이가 어찌 보면 거기서 거기인 느낌도 있습니다. 저희처럼 이미 맥도널드, 버거킹,쉐이크쉑이나 인아웃버거 햄버거를 경험한 사람들은 작은 차이의 성질도 크게 느낍니다. 버거 모양이나 패티의 두께로도 브랜드를 구분하기도 하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햄버거라는 음식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아마 다 비슷해 보일 것입니다. 빵사이에 패티와 각종 야채를 넣은 음식으로 보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미세한 감각의 차이가 사실 버거 브랜드 차이를 만들죠. 그리고 그걸 만드는 일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차이를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하는 지속적인 활동이 브랜딩인 거고요. 이런 어쩌면 미세한 감각의 차이를 만들어야 하니 다들 그렇게 어렵다고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원래 있던 개념인 ‘햄버거 가게’와는 다른 우리 브랜드만의 감성과 감각의 차이를 만들어내야 하니까요.


이렇게 사업의 콘셉트와 정체성을 햄버거 프랜차이즈로 설명드렸던 건 지금 운영하고 계시는 식당의 메뉴들이 프랜치 프라이 같은 튀김류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대중적이고 캐주얼한 느낌의 식당이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아서이기도 하고요.


앞 서 설명드렸던 햄버거 브랜드 이 외에도 추가로 김밥천국-김선생, 동네분식-스쿨푸드의 예시도 말씀드렸습니다. 파는 음식은 비슷해도 고객들이 느끼는 민감도와 디테일한 차이가 이들 브랜드를 설명하면 이해가 쉽기 때문입니다.


김밥천국-김선생, 동네분식-스쿨푸드. 이 식당들의 메뉴가 그렇게 많이 다를까요? 맛이나 재료 같은 게 완전히 달라지나요? 전혀 그렇지 않죠. 다만 약간의 특성을 메뉴에 가미하고, 가격대가 달라지고, 브랜드 네임과 디자인, 공간에서 느껴지는 감각들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사실 이걸 ‘뿐’이라고 말하지만 이게 ‘전부’라고도 하겠습니다. 브랜드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말이죠.


그리고 시작할 식당을 구체화할 방법으로 식당이라는 브랜드를 한번 캐릭터화해보시라고 권해드렸습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맥도널드, 버거킹, 쉐이크쉑버거를 어떤 캐릭터로 떠올린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성별은? 나이는? 성격은? 취미는? 잘하는 건? 못하는 건? 뭘까를 한번 생각해 보는 거죠. 브랜드를 사람화 시켜 보면 막연하게 상상되던 게 훨씬 구체화됩니다. 막연하게 브랜드의 본질과 콘셉트에 대해 얘기하는 것보다 이런 눈앞에 그려지는 모습을 떠올리다 보면 반대로 그 안에서 내가 하려는 비즈니시의 본질과 콘셉트를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 얘길 드렸더니, 앞서하려고 하셨던 츠타야 서점 같은 고급문화 공간에 어울리는 캐릭터라기보다는 대중적이고 캐주얼한 느낌의 캐릭터가 떠오르신다고 하시더군요.



결국 ‘친환경, 리사이클’과 같은 것들은 브랜드를 위한 아이디어들이 아니라,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을 더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마무리하며 제안드렸습니다. 친환경은 음식을 만드는 재료들에서, 쓰는 용기들에서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니까요. 친환경이 사업 메인으로 실천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테마라기보다는 사업과 함께 시너지를 발휘해 줄 부가적인 걸로 생각하고 접근할 수 장치인 것입니다.


이 정도의 조언을 드리고 앞으로 시작하실 식당에 대한 더 명확한 브랜드의 정체성과 콘셉트를 고민해서 다시 말씀 나눠 보기로 했습니다. 아마 지금쯤 비행기 안에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랜만에 오셨던 한국에서의 시간이 좋은 시간으로 가득 채워 가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나눴던 얘기들이 도움이 되어 캐나다에 돌아가셔도 사업 방향을 더 명확하고 구체화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래 저의 신간을 통해서도 사업과 브랜딩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어가 보세요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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