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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Jun 24. 2023

느끼고(감각) 여기게(관계) 하는 과정

브랜딩은 관계다

브랜딩이란 결국 관계를 맺어 가는 과정이라는 걸 점점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일도 결국 관계의 연속이죠. 일에서도 일상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많은 관계들을 맺으며 살아갑니다. 어떤 관계를 어떻게 맺어가느냐에 따라 우리 삶 전체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객과의 관계 형성을 어떻게 맺어가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이런 이유는 결국 사람들이 브랜드를 형체가 없는 존재가 아니라 실제하진 않더라도 사람처럼 여기기 때문이겠죠.


같은 비즈니스 모델인 중고거래라도 당근마켓은 가깝고 친근한 느낌의 동네 친구같은 느낌이라면 번개장터는 신속하고 확실한 장사꾼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당근마켓에서 내 물건을 판다면 제 값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좋은 사람에게 좋은 기분에 팔 것 같은 기분일겁니다. 반면에 번개장터는 제값에 빠르게 내 물건이 팔릴 수는 있겠지만 한동안 애착이 갔던 내 소중한 물품이 번개처럼 팔려버리는 기분이겠죠. 당근마켓이 동네 친구같은 중개가 느낌이라면 번개장터는 무척이나 사무적인 느낌의 중개자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쿠팡은 이제 온라인의 대표 마켓이 되었습니다. 없는 게 없고 빠르고 간편합니다. 만만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자기 일 딱부러지게 잘해가는 모범생의 이미지도 있습니다. 반면 컬리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실제로 가격대도 좀 있고 상품 종류들도 프리미엄한 상품로 구성됐죠. 푸근한 인상의 친구는 아니지만 이 친구와 사귀면 나도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기분입니다.


같은 통신사라도 SK와 KT가 다르게 느껴지요. SK가 혁신적이고 미래를 선도해가는 이미지의 사람이라면 KT는 우리 곁에 항상 든든하고 믿음직한 사람처럼 다가옵니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홍보와 각종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에 따라 두 통신사의 이미지가 굉장히 다르게 느껴졌고 제 받는 인상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일상 서비스가된 통신 서비스에서 딱히 혁신을 바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현대카드는 소비의 마약처럼 여겨지던, 가위로 잘라내야 하는 건전한 소지의 악의 존재처럼 여겨지던 신용카드에 ‘문화’라는 키워드를 입혔습니다. 콘서트도하고 도서관도 만들고 뮤지엄도 만들고 공연장도 만들었습니다. 문화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폰트를 기업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고객들이 소비에 대한 죄의식을 없애고 정당하고 품위있는 소비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건전한 소비의 악의 축이 아니라, 문화생활을 위한 동반자가 된거죠. 기존 신용카드들과는 완전히 다른 관계를 맺은 것입니다.


온통 기호와 코딩 기호들로 이뤄진 백색의 모니터 상자에 애플은 집안 어디에도 사무실 어디에 두어도 근사한 인테리어 용품이 되는 컴퓨터로 모습을 바꿨습니다. 외관뿐 아니라 직관성있는 인터페이스를 입혀 나와 대화가 가능할 것같고 상호작용하는 기분을 주게 했습니다. 매킨토시 초기 로고를 보면 컴퓨터가 아니라 친구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실제로 처음 맥을 쓸 때면 두 얼굴이 마주한 로고를 보면서 이 컴퓨터와의 교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전에 윈도우 기반의 PC를 쓰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살아있는 기기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같은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브랜드가 고객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이렇게 브랜드의 인상도 분위기도 달라집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완전 다른 느낌의 사람을 마주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우리의 브랜드 우리의 상품, 서비스와 어울리는 관계와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겠죠. 우리 브랜드는 (친구처럼) 친근하고 가볍게 다가갈지, (전문가처럼) 선생처럼 가르칠지, (엄마 아빠처럼 )무조건적으로 품어줄지, (혁신가처럼) 새로운 기술을 소개할지, (모험가처럼) 새로운 경험의 세계로 인도할지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느끼고 여기게 할지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취해야하는 태도와 자세가 더 선명하게 그려질 것입니다. 그러면 그걸 기준으로 우리 브랜드가 어떤 분위기의 옷을 입고 어떤 말투로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들이 나올 것입니다. 고객을 마주하는 패키지 디자인, 홍보 영상물들, 심지어 고객의 손에 닿은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데 많을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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