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는 브랜드의 뼈대다
누군가에 들었던 한마디의 말, 어딘가에서 읽었던 하나의 문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때가 있습니다. 한동안 기억에 새겨졌다가 그 말과 문장을 떠올릴만한 사건이 생기면 더 강하게 새겨져 평생을 가기도 하죠.
‘너는 몸에 표정이 있어’
이말은 제가 십대 후반 입시를 준비하던 미술 학원에서 한 학년 위 누나에게 들었던 말입니다. 학원 복도를 지나다가 훅하고 들어 온 그 말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그게 생전 처음 들어본 생경한 표현이었기 때문입니다. 십대가 쓰기에는 꽤나 근사하다고 생각했죠. 역시 미래에 순수 회화를 전공할 예술가의 표현력이라 여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약간은 호감의 신호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상활이라 생각할 수 있었지만, 그 땐 한살만 많아도 말 섞기도 어려운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몸의 표정이란 게 어떤 건지 그 말이 도대체 뭔지 물을만한 숫기는 없어 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속으로만 계속 궁금해 한 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지금도 그 뜻이 과연 뭔지를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누나가 던진 그 메시지 덕분에 저는 한동안 꽤나 열심히 내 몸의 표정에 대해 생각하고 관찰을 하게됐습니다. 또한 그 누나를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더 유심히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누나가 던진 메시지는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반면 얼굴을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겁니다. 제 눈보다 약간 높은 곳에 시선이 있었고, 허리춤에는 수채화 물감이 잔뜩 묻은 앞치마를 두루고 있었던 장면만 희미하게 기억날 정도입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많습니다. 짧게 만났어도 꽤 오랜 시간만났더라도 얼굴이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심각한 사고가 났던 상대편 얼굴도 기억에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럴 경우에도 어떤 사람이 던진 메시지는 오래도록 또렷하게 기억이 날 때가 있습니다. 이시각적 감각은 쉽게 흩어지고 휘발되지만, 메시지는 내 머리 속에 깊게 새겨져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런 걸 보면 시각적 감각을 통해 얻은 자극보다 상대가 보내는 어떤 메시지가 더 강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습니다. 브랜드가 전하는 시각적인 장치들보다도 브랜드가 던지는 어떤 메시지가 더욱 지속적이고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대신 전제 조건은 있습니다. 앞 서 제가 듣고 기억에 계속 남았던 ‘몸의 표정’과 같은 인상적인 메시지거나 대상을 정확히 규정하는 적절한 언어로 표현되어야 하겠죠.
나이키의 ‘just do it’이나 애플의 ‘It’s Diffenrent’처럼 고전이된 브랜드 메시지 들은 물론이고요. 최근 에어비앤비 ‘Don’t just go there, live there - 그냥 갔다오지 말고, 한번 살아보라'는 메시지도 정말 좋았습니다. 이들이 여느 호텔같은 숙박 시설들과 전혀 다른 이유를 명확하게 말해주니까요. GS 칼텍스의 ‘I am your Energy’는 처음 나올 때부터 참 쉽고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업이 하는 일과 미션을 딱 맞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인상이 깊었는지 저는 여전히 GS주유소를 지날 때면 ‘I am your Energy’ 떠올리게 됩니다. 기업에서 이 메시지를 쓰지 않는 날이 오더라도 제 머리 속에는 계속 남아 있을 듯합니다.
그러므로 브랜딩 활동에 있어 이미지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그 뼈대가 되는 브랜드 메시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번 우리들 인식 속에 들어오면 오래갑니다. 삶을 통해 그 메시지가 맞다고 증명된다면 그 기억은 더 깊게 오래 새겨집니다. 더구나 메시지는 그 언어와 관련된 상상력을 발휘하게 합니다.
SNS활동을 하면서도 비슷한 걸 느낄 때가 많습니다. SNS에서 이미지로만 만났던 분들과 메시지를 통해 만났던 분들 중에 글로 만난 사람이 더 오래 깊게 기억됩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간에 브랜드가 되고자한다면 이미지를 넘어 메시지를 전파해야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