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현수 Aug 02. 2023

설레임과 망설임이 반반일 때

아이스크림 무인 점포 냉장고 안에는 설레임과 망설임이 반반 들어 차 있었다.  '망설임'이라는 제품명을 보는 순간 당연히 '설레임' 브랜드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제조사가 달랐다. 설레임은 파랑색, 망설임은 노랑색으로 이 두 제품은 남북의 대치 상황처럼 극명하게 갈려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설레임을 골랐겠지만, 오늘은 처음보는 망설임에 설레는 감정이 생겼다. 마음이 가는대로 주저없이 망설임을 바구니에 넣었다.


설레임의 '설'은 처음 이름을 듣자마자 눈을 연상하게 한다. 그리고 눈꽃 모양의 밀크쉐이크의 이미지로 연결된다. 망설임의 '설'도 당연히 망고를 얼렸다는 의미인걸로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포장을 보니 혀 설의 의미로 혀끝에 맡겨지는 망고를 뜻한다고 적혀있다.


파랑과 흰색이 대비된 설레임 밀크 쉐이크만 알고 있었는데, 실레임의 제품 라인업은 꽤나 다양했다. 설레임 프로바이오틱스, 설레임 쿠앤크림, 설레임 커피쉐이크, 바나나쉐이크, 오렌지&망고, 애플&키위 그리고 최근에는 설레임 레몬에이드까지 하나의 단일 제품이 이렇게 맛을 확장한 사례도 드물듯하다. 20년이 넘어가는 스테디셀러라서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런 대단한 제품에 위트있게 저항한 제품이 바로 ‘망설임’이라는 아이스크림 이다. 물론 카피캣이라는 인식이 제품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지만 아이디어와 발상이 귀엽고 참신하다. 맛도 생각보다 괜찮아서 앞으로 꽤나 사랑받는 제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된다면 설레임의 롯데 입장에서는 참 곤혹스런 시나리오다.


하지만 망설임의 문제는 제품명이나 맛보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후속 제품 라인 확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망설임이 주는 단어의 연상 이미지는 망고 단 하나로만 한정되어있다. 설레임처럼 다양한 맛으로 확장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단일 제품으로만 만족한다면 상관없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필요하다. 망설임이라는 명칭의 끝말을 연결해 속삭임, 길들임, 움직임 등으로 확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제품의 재료와 단어의 의미를 연결시키려면 난이도가 너무 높아 보인다.


망설이다 출시를 미룬 제품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을까? 망설임처럼 카피캣의 오명을  받지 않기 위해 고민하는 제품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한 제품들의 대부분은 이런 망설임의 두려움을 설렘의 감정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망설임의 출시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PlanB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