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현수 Sep 18. 2023

경험의 숲을 거닐다

카페 메이드林

지난 주 늦은 여름 휴가를 위해 인천공항을 갔는데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평소라면 공항까지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인데 거의 2시간 넘게 걸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출근길 정체를 예상 못한 탓이었어요. 20분 정도 시간이 남았지만 이미 이륙 준비를 마쳐서 다음 비행기를 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버스는 놓쳐 본 적 많았는데 이렇게 비행기를 놓칠 일이 생길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가족 모두 망연자실, 멘붕에 빠졌던 순간 제 머리 속에 문득 ‘메이드林’이라 떠올랐습니다. 김상률 대표님을 통해 온라인상이지만 그 곳의 기획 과정을 자세히 봐왔었는데요. 꼭 방문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식으로 방문할 기회가 올거라고는 예상을 못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택시로 10분 정도가니 메이드林이 있었습니다. 한적한 마을 한가운데 이런 멋진 카페가 있을 거라곤 상상하기 어려운 초입 분위기였어요. 오히려 그런 주변의 환경이 내부 분위기와 대비돼서 더욱 극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20년된 교회를 리모델링했다는 메이드林은 유럽의 오래된 성당에서 느꼈던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감수성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전체적인 인테리어 테마는 자연과 생명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생명이 나고 자라는 본류라고 할 수 있는 숲을 공간 안으로 들여와 특별한 감각을 느끼게했습니다. 경건하면서도 비밀스런 기운이 감도는 공기는 그 어떤 카페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독특한 질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공간을 수직화해서 전체 컨셉을 구성한 기획도 경험이 밀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흙으로 된 지하동굴 같은 지하 1층과 칡흙같은 어둠 속에 우주를 담은 것같은 1층 그리고 마치 숲속 공연장같은 2층은 각기 다른 느낌과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지하와 1,2층 가운데를 관통하는 거목은 각기 다른 공간을 하나로 연결해주고 있는 메이드林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층고가 높은 교회라는 공간이 아니라면 구현하기 어려운 아이디어였을 것입니다.


본관에서 나와 별관에는 작은 뮤지엄과 살아있는 사슴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 모든 체험을 다 하고 나니 이 곳이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 외곽의 대형 카페들을 많이 가봤지만 이렇게 카페+공연장+뮤지엄+동물체험이라는 경험의 동선이 촘촘하고 자연스럽게 연결된 곳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보통 이렇게 외곽에 볼거리와 체험 위주로 만든 카페와 레스토랑은 커피나 음식이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았는데요. 메이드林은 기대를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빵도 커피 맛도 좋더군요. 집앞에 있다면 매일 가서 먹어도 좋을만큼 수준급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번에는 다양한 요리들도 꼭 먹어보고 싶더라고요.


아쉽게도 김상률 대표님은 뵙지 못했지만, 제자분께서 메이드林의 설계 과정과 컨셉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공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덕분에 우울하게 시작할 뻔했던 여행이 특별한 경험과 힐링으로 채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내도 아이들도 크게 만족하니 저까지 뿌듯하더라고요. 여행을 위해 공항에 가신다면 조금 일찍 도착해서 잠깐 방문해서 메이드林을 경험해 보셔도 좋을 듯하고요. 일부러 영종도까지 찾아가실만한 가치도 충분하니 기회가 있으시면 한번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랜딩은 사랑을 해나가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