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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Jan 12. 2024

상징성이 가진 힘

20대의 끝자락에 지방 디자인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서울에 있는 회사로 취업해 올라왔습니다. 연고 없던 서울 생활이 처음엔 참 낯설었죠. 5년 정도 정말 열심히 일은 했는데 형편도 나아지지 않고 미래도 불투명해 보였습니다. 과연 내가 이 분야 일을 해서 먹고 살 수나 있으려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 이 분야의 최고가 될 거라는 대찬 포부도 힘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본가에 내려가서 친구들을 만나면 마음이 썩 좋지 않았어요. 같은 월급을 받아도 친구들은 그곳에서 훨씬 더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럴 때마다 내가 이 낯선 서울에 와서 왜 이 고생을 사서하고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낙향?을 해서 익숙한 공간에서 적당히 쓸만한 재능을 이용해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을 결국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죠.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이유는 '서울'이라는 공간의 상징성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대표 도시잖아요. 없는 게 없고, 무한한 기회가 열린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 중심의 공간 안에 있다는 정서적 충족감이 굉장히 컸던 것 같습니다. 탐나는 브랜드를  갖기 위해서 다른 리스크 따위는 돌아보지 않고 감내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 때가 딱 그랬습니다. 서울이라는 곳이  놓치고 싶지 않을만큼 욕심이 낫던거죠.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마음이 경제 환경이나 빡빡한 경쟁 상황까지 이겨낼 수 있었던 동력이었습니다.




어떤 '상징'을 우리가 인식했을 때, 더 나아가 마음속까지 들어왔을 때 그 힘은 상당합니다. 앞 서 서울이라는 공간적 상징을 예시로 말씀드렸지만, 애용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들 또한 알게 모르게 이런 상징성에 홀려서 계속 구입하고 사용하게 되죠. ’홀린다‘는 표현보다 더 좋은 게 있다면 쓰고 싶은데 더 적절한 걸 찾지 못하겠네요. 객관적인 수치로 따졌을 땐 그리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손해 보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홀린 듯 그런 상징들을 사게 됩니다.


온라인 상거래의 상징이 된 쿠팡에 이미 홀린 우리들은 그 단계를 넘어 이제는 습관적으로 사용합니다. 여기저기 온라인 마켓들과 가격 비교를 해보면 쿠팡이 꽤나 비싼 가격임에도 계속 쓰게 되죠. 처음 홀리고 습관이 되는 걸 넘어 이제는 의존하는 단계까지 가게 된 것입니다. 당장 내일 쿠팡이 사라진다면 정말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이렇게 쿠팡은 사려고 하는 상품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마켓의 상징이 된 것입니다.


최근 비트코인을 미국 시장에서 인정하는 ETF 승인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언제 사라져도 괜찮을 거 같다는 가상의 화폐가 이제는 제도권 금융 시장에서 인정을 해주는 분위기입니다. 기타 여러 가지 암호화폐들이 난립해도 상징성이 있는 비트코인이라는 존재감은 상당하죠. 앞으로 이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상징성은 우리들 인식 속에 강하게 자리 잡아 부흥기가 오면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서울이라는 대한민국 중심 공간에 있다는 상징성에 거주하려는 마음을 먹고, 쿠팡의 빠르고 정확한 배송의 편리한 상징성에 반 한합니다. 암호화폐의 시초라는 지위를 가진 비트코인이라는 상징성을 믿고 투자하기도 합니다. 상징이 갖는 힘입니다. 한번 상징이 되면 쉽게 훼손되지 않는 강한 내구성을 장착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합니다. 약간 주춤하더라도 다시 흐름을 타면 금방 회복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고객들의 머릿속에 상징이라는 깃발은 어떻게 꽂을 수 있을까요? 핵심 조건들은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듯합니다.


하나, 최초일 것.

선도자의 법칙은 여전히 브랜딩과 마케팅의 강력한 원리입니다. 원조가 되는 건 장말 어려운 일이죠. 가장 먼저 시도하고 실험 정신을 발휘해 모험을 감행해야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니까요. 또한 그렇게 과감한 실행력이 성공에까지 이르러야 비로소 우리 머릿속에서 강한 인상을 주는 상징으로 남습니다.


둘, 압도적일 것.

다른 브랜드를 앞설 수 있는 조건들은 여러 가지 가 있겠죠. 기술이 있거나 품질이 있거나 실력이 있거나 브랜드마다 가진 경쟁력은 모두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핵심 그냥 앞서는 게 아니라 압도적으로 앞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주변의 평범한 브랜드들을 제압하고 압도적인 상징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셋, 지속적일 것.

기선을 잡을 수 있는 기술이나 실력이 있다면 선두가 되는 건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유지하고 지속해 나가는 건 정말 쉽지 않죠.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워 가면서 공부해서 몇 번 성적을 올릴 수는 있겠지만 그게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해가면서 지속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성공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됩니다. 한두 번의 반짝 이벤트나 성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넷, 유동적일 것.

나 혼자만 잘한다고 상징이 될 수 없습니다. 시장의 흐름과 고객들의 마음 변화를 항상 읽어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 흐름에 따라 나도 변화하면서 변화지 않는 나다움도 유지해야 하겠습니다. 아무리 상징성이 강하게 구축됐더라도 시대 흐름에 올라 타지 못하고 휩쓸린다면 그 브랜드는 금방 역사 속 유물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상징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요건들을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너무나 완벽하고 이상적인 브랜드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 중 하나만으로도 정말 벅찬 일로 보이네요. 평범한 브랜드는 따라하기도 쉽지 않아 보이구요. 그래도 하나의 '상징'이 되어 우리를 홀리게 만들만한 브랜드가 되겠고 한다면 이 정도의 까다로운 조건들까지 지켜야 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브랜드를 운영하고 계시거나 앞으로 브랜드를 만들려는 분들은 이 네 가지를 떠올리며 내 브랜드가 자신의 분야에서 하나의 상징이 되는 미래를 그려보면 좋겠습니다. 그 목표를 위해 우리 브랜드가 가야할 길을 고민하고 실행해 간다면 그 많은 성들 중 하나의 상징적인 '성'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날까지 저도 여러분도 함께 파이팅 해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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