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이렇게 더운데도 내가 미치지 않는 것은 내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싫든 좋든 나는 습관적으로 더운 여름을 기대했고 올 여름의 기온과 습도는 그 기대에 넘치게 부응하고 있다. 말로는 덥다고 죽는 소릴하지만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짜증과 투정으로 기대에 대한 격차를 해소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기대없이 이 무지막지한 날씨와 대면했다면 나는 아마도 제 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_ 어느날 여름 같아야 할 사람이 갑자기 냉담한 겨울처럼 굴거나, 겨울같던 사람이 펄펄 끓는 여름이 되어 나타난다면 어떨까? 또는 오빠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걸그룹이 어느날 갑자기 락커가 되어 나타나거나, 진지하고 신중했던 교회오빠 스타일의 사장님이 어느날 팔뚝에 타투를 하고 민소매의 클럽오빠가 되어 나타난다면? 기대는 사람의 감정을 조종한다. 자신들의 기대 수준을 한참 벗어난 행동에 사람들은 어이없어 하거나 경악하거나 배신감을 느끼거나 심하게는 증오하는 감정까지 표출할 가능성이 크다. _ 이렇게 보면 좋은 정치는 국민들이 기대하는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고 좋은 경영이란 소비자들의 기대에 맞는 수준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가들과 경영자들은 기대를 잘 살피고 관리해야 한다. _ 우리의 기대치를 한참 넘어서고 있는 올 여름의 한가운데 다가 올 가을에 대한 기대가 어느때 보다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