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복제와 자기 성찰
‘쟤 또 똑같은 거 하네! 근데 왜 이렇게 좋지?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이 말은 씽어게인2에서 44호가 새로운 미션 곡을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그 말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44호는 목소리도, 창법도 가수 김광석과 닮아서 처음부터 눈에 들어오는 출연자였다. 하지만 자세히 들으면 들을수록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가수였다. 멀리서 보면 김광석인데, 가까이에서 보니 전혀 아니었다.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자기 복제를 하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해왔던 스타일대로, 성공했던 공식 그대로 복붙해서 기획하고 디자인한다. 이건 내가 가장 잘 다루는 무기로 문제를 푸는 방법이니 어찌보면 최선의 선택지일 수 있다.
하지만 자기 복제 수준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누구보다 청자들이 금방 알아본다. 내 스타일 안에서 부지런히 변주하지 않으면 외면 당하기 쉽다.
우리가 어떤 가수를 일부러 찾아 듣는 건 처음 좋아했던 순간 때문일 때가 많다.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오아시스를 10년 후에도 듣고 있다면 그건 분명 Don't Look Back in Anger같은 특유의 런던풍 멜로디 라인 때문일 것이다. 성시경을 듣는 이유도 희재같은 부드러우면서 애잔한 발라드 때문일 것이다. 댄스나 힙합을 한다고 환영할 일은 없을 것이다.
가수의 바람직한 성장은 전혀 새로운 장르로 확장하는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장르 안에서의 미묘하지만 확실한 변화로 만들어진다. 언뜻 같아보이지만 그 안에서 다른 변주를 끊임없이 들려줘야 한다. 그래야 청자들도 질리지 않고 그 가수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을 것이다. 잘하는 것 하나 있다고 그 자리에만 머물러 있으면 사람들은 귀신같이 알아채고 금방 흥미를 잃어버린다. 장수하는 가수들은 그걸 누구보다 잘아는 사람들 아닐까 싶다.
잘하는 거 하나 있다고 그 자리에만 머물러 있으면 성장하기 어렵다. 머물고 있는 반경 안에서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우리의 브랜드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같으면서 다르게, 그대로인데 변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