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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Nov 25. 2020

미라클모닝-올빼미의 새벽기상

 ‘밤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올빼미는 어두운 밤에도 잘 볼 수 있는 눈과 작은 소리도 잘 듣는 귀를 갖고 있다. 또 소리를 거의 내지 않고 나는 무소음 비행 능력이 있어서 조용한 밤에도 먹이 사냥을 할 수 있다. 이런 능력들 덕분에 낮에는 나뭇가지에 앉아 움직이지 않고 주로 밤에 활동을 한다. 사람도 올빼미처럼 밤이 되면 유난히 눈이 초롱초롱하고 낮보다 더 활기차지는 경우가 있다. 밤늦게까지 활동하거나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는 사람을 올빼미에 비유하는데 주위에서 이런 올빼미들은 흔히 볼 수 있다.  

 오랫동안 나는 전형적인 올빼미였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를 하느라 늦게 잠들었고 오랜 습관으로 인해 직장에 다닐 때도 늦게 자는 바람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다. 특히 엄마가 되고 나서는 두 아들이 잠들었을 때부터가 진정한 자유 시간이었으니 야간 생활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조용한 밤에 혼자서 음악을 듣거나 맥주를 마시면서 TV를 보고 책을 읽고 때론 밀린 집안일을 하는 것은 일종의 행복이다. 종일 아이들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낸 육아의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육퇴’, 즉 육아퇴근의 행복을 느껴봤을 것이다. 육퇴를 하고 나면 시간이 아까워 도저히 일찍 잘 수가 없다. 졸리고 피곤해도 자유 시간이 가버리는 아쉬움에 TV나 영화를 보느라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30년 가까이 지속된 올빼미 생활로 인해 나는 점점 아침형 인간과는 멀어져갔다. 

 그렇기에 나에겐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첫 책을 쓰려고 준비할 때 대부분의 안내서에 글은 새벽에 쓰는 것이 가장 좋다는 글귀를 봤을 때 무척이나 절망했었다. 이전에도 종종 새벽에 일어날 일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깊게 잠들지 못했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과 왠지 못 일어날 것 같은 불안 때문에 숙면을 취하지 못해서 새벽기상한 날은 평소보다 몇 배는 힘들었다. 그런 경험으로 인해 책을 쓰려면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나와 같은 올빼미는 과연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사람마다 생체 리듬이 다른데 새벽이 아니라 밤에 글을 쓰면 되지 않을까? 

 올빼미는 새벽보다 밤에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의문들과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방식대로 살아야 한다는 소신으로 인해 처음에는 올빼미에게 맞는 방법을 써보았다. 새벽이 아닌 늦은 밤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단 며칠만으로 왜 새벽에 글을 쓰라고 했는지 절실히 느꼈다. 우선 하루 종일 지친 몸과 뇌는 도통 집중하지 못했다. 몇 시간씩 한자리에 앉아 지적 노동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집중력과 끈기를 필요로 하는데 하루의 일과가 다 끝난 야간에 그런 에너지를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메시지나 SNS 알림이 울려서 잠깐 스마트 폰을 확인하면 어느새 10분에서 30분 이상은 흐르고 난 뒤였다. 자꾸 딴 짓을 하게 되니 집중될 리가 없었다. 게다가 TV를 보거나 쉴 때는 몰랐는데 늦게까지 머리를 쓰다 보니 무척이나 배가 고팠다. 결국 글쓰기 진도는 안 나가고 야식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급격히 살까지 찌는 사태에 이르러서야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브레인 루틴 중에 내게 가장 어렵고 또 유지하기 힘든 것이 바로 새벽 기상이었다. 일찍 자는 습관을 새로 들임과 동시에 늦게 일어나는 습관을 없애야 하기에 한 가지만 할 때보다 훨씬 힘들다. 가장 어렵기도 했지만 책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습관이기도 했다. 꼭 책을 쓸 때뿐만 아니라 새벽 시간은 뇌가 푹 쉬고 일어난 직후이므로 일이나 공부의 효율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 폰이 잠잠해서 딴 짓을 안 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해가 뜨는 시간에 일어나 활동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이상적인 생활습관이다. 

  아침형 인간이 된 지 9개월이 지난 지금은 전처럼 힘들지 않고 그냥 저절로 눈이 떠진다. 저녁에 일찍 잠들어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때문에 종일 피곤하지도 않다. 수면을 관장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은 기상 후 14~16시간이 지나야 분비된다. 그래서 잠자는 시간은 일어나는 시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즉 일찍 일어나면 일찍 자게 되고 늦게 일어나면 늦게 잠들게 된다. 올빼미가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늦은 밤에 잠드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 미라클모닝을 한다고 갑자기 몇 시간씩 일찍 일어나는 것은 수면의 질을 떨어트리고 일상생활의 리듬도 깨지기 때문에 천천히 변화해 나가는 것이 좋다.  

 나와 주변인들이 크게 성공한 방법으로 ‘3060 당기기’가 있다. 30분 일찍 일어나고 60분 일찍 자는 방법이다. 첫 일주일은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자고 다음날 30분씩 일찍 일어한다. A라는 사람이 평소 새벽 1시에 자고 다음날 8시에 일어났다면 12시에 잠들고 7시 30분에 일어나면 된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활동 시간에 피곤함을 느낄 것이다. 3~4일 정도 지나면 피곤함이 극에 달하는데 마의 시간을 견디고 이겨내기 위해서는 낮에 5분~10분만 자는 것을 추천한다. 이때 1시간 이상 푹 자버리면 밤에 일찍 자는 리듬이 깨져버린다. 일주일만 잘 버텨내면 피곤함이 점점 줄어든다. 그 다음 일주일은 또 한 시간 더 일찍 자고 30분 일찍 일어난다. A의 경우에는 밤 11시에 자고 7시에 일어나면 된다. 3주째부터는 일찍 일어나는 것에 저항과 거부감이 많이 줄어든 상태이므로 한 시간씩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즉 밤 10시에 자고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거다. 목표가 다섯 시라면 그 다음 일주일은 밤 9시나 10시에 자고 5시에 일어나면 된다. 아이들이 있다면 아이들과 같이 잠드는 것이 좋다. 필자의 경우는 밤 10시에 자서 아침 5시에 일어나는 루틴을 9개월 넘게 지속하고 있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보고 나서야 야간 육퇴보다 새벽 시간이 더 달콤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몸과 마음, 뇌가 가장 활기찬 상태이기 때문에 평소에 하고 싶던 공부나 운동 등을 생산적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모두가 잠들고 고요한 상황에 나 홀로 불을 밝히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설레임과 충만함이 있다. 잠들기 전에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할 일, 그걸 할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일을 루틴으로 만들어라. 커피나 빵 등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책을 읽어도 좋고 혼자 음악을 들으며 동네 산책을 해도 좋다. 건강을 위해 몸을 만드는 운동을 하거나 외국어 공부도 좋다. 이 시간을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면 생각만으로도 설레어 눈이 자동으로 떠지게 된다. 힘들게 억지로 일어나려고 하면 뇌는 자꾸 오래된 습관 상태로 돌아가려고 하기 때문에 머지않아 올빼미 생활로 되돌아가고 말 것이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브레인 명상을 한 후 조용한 서재에서 해변의 파도소리와 피아노 연주가 결합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이때 내가 좋아하는 차나 과일, 샌드위치 등을 먹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하루 중 가장 설레고 행복한 시간이기에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거나 두렵지 않고 오히려 기다려진다. 그래서 새벽 5시만 되면 눈이 저절로 떠진다. 많은 사람들에게 미라클 모닝이라고 불리는 새벽 기상은 내게도 기적과 같은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8개월 만에 두 권의 책을 쓸 수 있었고 매일 브레인 명상과 맨발걷기, 감사일기 쓰기, 일정표 짜기 등을 가능케 해주었다. 즉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다른 루틴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본 중의 기본 루틴이다.    

 알람없이 저절로 눈이 떠지는 방법으로는 자기암시가 있다. 매일 밤 자기 전에 ‘나는 내일 5시에 일어난다.’하고 뇌에게 이야기해보자. 그러면 신기하게도 다음날 5시에 눈이 저절로 떠진다. 안 믿어지면 오늘부터 당장 해보길 바란다. 만약 실패한다면 뇌에 제대로 각인시키지 못한 것이다.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하고 내일 아침에 눈을 떴는데 5시 정각이어서 깜짝 놀라는 자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리자. 나는 아침에 눈을 떠서 시간을 보면 알람이 울리기 직전이었던 경험을 셀 수 없이 했다. 그런데 뇌한테 이야기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자는 날은 알람 소리에 겨우 일어나기도 한다. 올빼미와는 평생 거리가 멀게만 보였던 아침형 인간이 되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기 때문에 여러분도 따라 해보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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