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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Sep 04. 2021

미래를 위해 살고 있나요?

"오늘 또 지각했지?"

"......"


지난밤, 스피닝을 하고 집에 오니 학원 갔다 돌아온 중3 아들이 있었다. 보자마자 한마디 했는데 이 녀석이 웬일인지 아무 말 없이 한숨만 쉬는 거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남편한테 한소리 들은 듯하다. 


다른 때 같으면 나도 덧붙여 한마디, 아니 열 마디를 건넨다. 지각하면 안 되는 이유를 1절부터 4절까지 늘어놓으면 아들은 이에 질세라 갖가지 이유와 핑계로 변명을 한다. 말발이라면 어디 가서도 지지 않는 나를 닮은 아들은 매번 내 속을 긁고 나는 짜증 섞인 잔소리로 받아친다. 보다 못한 남편은 나에게 "그만 좀 해"라며 웬만해선 내지 않는 화를 낸다. 그리고 우리는 큰아들 일이 아니면 거의 해본 적 없는 부부 싸움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이런 경우에 거의 비슷한 결과가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어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화가 났지만 힘없이 방으로 들어간 아들과 소파에서 크게 한숨을 쉬는 남편 둘 다 너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는데 거기에 불을 지를 수는 없으니까. 그동안 알면서도 잠깐의 화를 주체하지 못해 기어이 부부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던 많은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다. 나는 지금껏 아들이 지각할 때마다 아들의 미래를 위해 그날 하루 가정의 평화를 희생했다. 문제는 지각을 수시로 하는 아들에게 어떤 말을 해도 당최 먹히질 않는다는 거다. 말을 부드럽게 하고 상대방에게 공감하며 잘 들어주는 남편조차도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결국 '소 귀에 경 읽기'와 다를 바 없기에 '내버려 두자'로 결론이 났지만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화'라는 감정이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우리는 많은 시간 동안 미래를 위해 살아간다. 미래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은 고통스럽더라도 참는다. 물론 곧 다가올 달콤함을 위해 당장의 쓴 맛은 참을 수도, 참을 필요도 있다. 그런데 삶의 대부분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면 과연 미래에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심리학의 3대 거장이라고 불리는 아들러는 인생은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로 이어지는 선이 아니라 점 같은 '찰나가 쭉 이어질 뿐'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지금, 현재 이 순간에 주어진 인생의 과제에 '춤추듯 즐겁게' 몰두해야 '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 내 인생 최대의 과제는 중3 아들이다. 아들과 관련해서 문제가 생기면 참을 수 없는 짜증과 화가 나곤 한다. 다행히 내게 주어진 난제에 갈수록 화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고 잘 넘어가고는 있다. 물론 춤추듯이 즐겁게 하진 못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우리 가정의 평화가 유지되니 큰 성과라 할만하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 역할로 세계적인 배우가 된 로빈 윌리엄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코미디언, 배우, 성우 등 많은 것들을 이루며 유명해졌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준 그에게는 정작 우울증이 있었다고 한다. 그와 더불어 말년에 찾아온 치매로 고통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야기를 접하고, 살면서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가 죽는 순간에는 얼마나 불행했을지 떠올렸다.



누구나 지금 당장 행복하고 싶고 그게 아니라면 미래에 행복해지길 원한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일을 참고 견디면 언젠가는 행복이 찾아올 거라 믿는다. 그조차도 희망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지 "행복?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라며 냉소를 보내는 이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 모른 채 행복이라는 이상향을 좇아간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게도 행복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장애아를 키우느라 내 시간이라고는 없었고 하고 싶은 것들은 모두 참아야만 했다. 당시에는 미래도 불투명했다. 언젠가 행복해질 거라 믿고 싶었지만 아이가 독립적이지 못한 성인이 되고 나는 늙고 난 미래를 떠올리면 암울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행복이 무엇인지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지금도 행복하고 미래에도 행복할지 알 것 같다. 그건 바로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주말인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있다.


뇌교육을 공부하고 강의하면서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을 수도 없이 해왔다. 이 말은 즉슨, 현재에 행복하라는 말인데 정작 나는 행복하지 못했다. 욕심이 많아 현재에 만족하지 못했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현재를 희생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미래를 위해 살아왔던 수많은 날들에 기분 좋은 안녕을 고한다. 오늘 춤추듯 즐겁게 살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언제 어느 순간이든 즐거울 수 있게 입꼬리를 올리고 내적 댄스를 춘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장 따라 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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