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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Sep 03. 2021

다시 스무 살

얼마 전, 필자가 진행하는 온라인 프로젝트 모임에서 특별 미션을 진행한 적이 있다. 삶을 바꾸는 습관을 만드는 프로그램인데 그날의 미션은 바로 이거였다.


스무 살 또는 20대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일은?


의외로 이런 미션을 어려워하므로 먼저 예시를 보여줘야 한다. 내가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일이 굉장히 많은데 그중에 떠오르는 대로 열 가지만 골라서 나열했다.


1. 유학을 간다

2. 국토 종단 걷기

3. 책을 쓴다

4. 3개 국어 마스터하기

5. 소식하는 습관 만들기

6. 카페나 식당 아르바이트해보기

7. 연하남 만나보기

8. 부모님을 자주 찾아뵌다

9. 많은 친구를 사귄다

10. 피부 관리에 신경 쓴다


대부분 그때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것과 지금 생각해보니 20대 때부터 했으면 좋았을 것들이다. 먼저, 유학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꿈꾸던 거였다. 하지만 가난한 집에서 언감생심 말도 꺼내지 못한 채 대학생이 되었고 1학년 때 지금의 남편을 만나 열렬히 연애를 하느라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는 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 지금은 휴직 중인 남편이랑 매일 붙어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지경인데 그땐 왜 그렇게 떨어지지 못해 안달이 났을까? 헛웃음이 나온다.


국토 종단 걷기는 젊음의 패기와 도전 정신, 무엇보다 체력이 있어야 가능하므로 20대에 했어야 했다. 대학 시절, 시험공부를 하느라 이틀을 밤새고 시험 마지막 날이라고 또 밤을 새워 놀다가 새벽에 첫 전철을 타고 집에 돌아가곤 했다. 지금은 밤을 새우기는커녕 하루라도 잠을 덜 자는 날이면 종일 피곤하고 삭신이 쑤신다.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내 두 발로 천천히 걸으며 느끼는 일을 그때 하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아쉽다.


다음으로 책 쓰는 일은 죽기 전에 한 번은 해야 할 아득히 먼 꿈으로만 여겼었다. 40대가 되어서야 책을 써보니 20대에도 얼마든지 책을 쓸 수 있었을 텐데, 그때부터 쭉 써왔더라면 지금은 엄청난 명필가가 되어 있을 텐데 따위의 아쉬움이 남아 있다. 3개 국어 마스터 역시 나 혼자의 삶만 책임지면 됐으므로 시간과 여유가 많았던 20대 때 했으면 보다 수월했을 것이다. 결혼 후에는 남편에 두 아들까지,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세 남자들을 챙기느라 나만의 시간이 증발해버렸으니까.


내가 해봤던 아르바이트는 과외와 학원 강사뿐인데 카페나 식당에서 일을 해봤어야 했다. 1남 4녀의 막내로 자라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자란 나는 대학생 때도 학생들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만 주로 했는데 사회생활을 시작하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엉덩이가 너무 무거운 것이다. 한동안 사무실의 잡일과 심부름을 해야 했는데 안 해본 일이라 무척이나 힘들었다. 게다가 신혼 때도 집안일하는 것이 매우 싫었고 나와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스무 살 때 해보았으면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소식하는 습관과 피부관리는 30대 말쯤부터 신경 써서 하고 있는데 오래전부터 했다면 체질도 바뀌고 좋은 피부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또 20대 때 연하이면 남자로 보이지 않아서 나 좋다는 연하남을 쳐다도 안 봤는데 한 번쯤 연하남도 만나봤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의외로 사람 사귀는 걸 귀찮아하는 나는 친구를 사귀는데도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나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잘 챙기지 않아서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연락이 끊긴 경우가 꽤 많다. 그 시절의 친구는 당시의 추억과 함께 하기 때문에 특별한 존재인 것을 그땐 몰랐다. 비슷한 이유로 집을 나오고 나선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         



이러한 아쉬움과 후회로 만약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일이 너무도 많다. 프로젝트 참가자들 역시 비슷한 답을 썼는데 어학 공부, 경제에 관심 갖기가 가장 많이 등장했고 월급 열심히 모으지 않기, 연애 많이 하기, 차이더라도 고백해 보기 등 재미있는 답변도 많았다. 참가자들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생각만 해도 즐겁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는데 이 미션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대로 시간 여행을 즐겁게 하고 난 뒤에는 지금으로부터 10년~20년 뒤에는 어떨지, 그땐 후회가 없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50~60대가 되고 나서야 30~40대에 했어야 했다며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용은 달라질 수 있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이 아쉬워하고 후회할 것이다. 그래서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일 중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지금 하지 않으면 10~20년 뒤에 후회할 일이 무엇인지 골라보자. 그리고 언제, 어떻게 할지 목표와 계획을 구체화시키면 된다.


자신이 적은 걸 하나씩 살펴보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연하남 만나보기를 제외하고 다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책 쓰기와 소식, 피부관리는 이미 하고 있으니 지속적으로 하면 된다. 참가자들 역시 '10년 뒤에 정말로 또 후회를 하겠구나, 지금이라도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구나'라고 사고의 전환을 보여 주었다.  


누구에게나 오늘,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다. 젊을 때 하지 않아서 후회되거나 아쉬운 일이 있다면 가장 젊은 지금 당장 해야 한다. 아마도 안 될 것이라는 생각, 여러 가지 못할 이유와 핑계가 떠오르고 자꾸 미루게 될 것이다. 안다. 나도 계속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시간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을 하고 있는 지금은 당장 죽는다 해도 후회가 없을 하루를 보내고 있다.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스무 살의 열정과 도전 정신, 자신감은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 맥아더 장군의 집무실에 걸려 있던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사무엘 울만은 이 시를 78세에 썼다고 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닌
사람의 마음가짐을 뜻한다네.
가슴속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희망을 품고 있는 한
그대가 비록 여든 살이라도
죽을 때까지 청춘이라네.      


블로그에 쓴 후기를 보시려면 이 글을 참고해 주세요^^

https://blog.naver.com/frigia0/222478866492


이 미션이 진행된 프로젝트 안내: 두뇌활용 습관만들기 똑녀똑남

https://blog.naver.com/frigia0/22248305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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