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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Jul 06. 2021

고구마와 사이다

우유가 필요해

 "사이다가 필요해!"

 

소설을 읽거나 드라마, 영화를 볼 때 답답한 등장인물이 나타나거나 잘 풀리지 않는 구간이 나오면 마치 고구마를 먹은 듯이 콱 막히는 느낌이다. 어디 그뿐이랴. 현실에서도 고구마 같은 사람이나 상황에 종종 맞닥뜨리곤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사이다를 찾게 된다. 언젠가부터 답답한 고구마를 한방에 날려줄 사이다 같은 일침, 사이다와 같은 속 시원한 전개를 반기게 된 것이다.

 (사진출처: pixabay)

사이다는 마시면 바로 시원해지고 고구마로 콱 막힌 목을 뻥 뚫어준다. 하지만 때론 너무 자극적이다. 사이다처럼 차갑고 톡 쏘는 말과 상황이 답답함을 해소해주지만 다른 누군가는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반면 우유는 고구마를 부드럽게 해 주며 매끄럽게 목으로 넘어가게 한다. 게다가 고구마의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준다. 사이다가 강하고 자극적인 맛으로 고구마를 대체한다면 우유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강화시켜 주는 거라 할 수 있다.

                                                                                            

(사진출처: pixabay)

답답하고 일이 뜻대로 안 풀린다고 해서 꼭 사이다를 찾을 필요는 없다. 고구마를 견디지 못하고 없애버리려고 한다면 다음에 그와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성급해질 우려가 있다. 그리고 속 시원한 해결책이 아니면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사이다 대신 우유를 마신다면 답답하고 힘들기만 했던 고구마가 부드러워지고 맛이 더 훌륭해진다. 상황을 마냥 부정적으로 보고 벗어나려 애쓰는 대신 다르게 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길고 긴 코로나 19라는 고구마를 없애줄 사이다가 시급하다. 하지만 끝이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이 답답한 상황에서 나는 사이다 대신 우유를 선택한다. 아직 더 견뎌야 한다면 이 상황을 매끄럽고 즐겁게 해 줄 우유 한잔 마시고 좀 더 기다려 보는 것이다.


대면 강의를 못하니 온라인 강의만 하고 있다.

왕복하는 시간과 노력이 없으니 편하고 집에서도 일하고 돈을 벌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남편이 회사를 안 가고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니 온 식구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서 좋다.

나중에 남편과 아이들이 출근, 등교를 하는 날이 오면 종일 춤추며 돌아다닐 것 같다.


모임과 외부 강의가 없으니 옷을 살 일이 없다.

그토록 고치기 어렵던 쇼핑 충동이 절로 사라졌다.  


외출과 외식을 마음껏 하지 못하니 생활비가 확 줄어 들어서 좋다.

이러다가 금방 부자가 될 것만 같다.


자, 나와 같이 우유 마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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