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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Sep 05. 2021

굿바이 코로나 19

위드 코로나/코로나 종식 이후를 상상하며

휴~

드디어 끝이 났다.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지난 2년 동안 겪었다. 영화라면 믿을 법한데 이게 다 현실이었다니 직접 겪고도 여전히 꿈만 같다.


'코로나 19 사태' 

사태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대혼란의 시기였다. 학교와 회사, 식당, 카페 등 사람이 모이는 장소 대부분이 셧다운 되고 명절에 가족도 만나지 못하는 어이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집 밖을 나가면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했고 차단율이 높은 마스크로 인해 숨도 편히 쉬지 못했다. 당연한 듯 숨을 쉬고 당연한 듯 회사와 학교를 가고 외식을 하며 여행을 가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사람들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필자의 남편은 항공사 기장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1년 전에 이스타 항공으로 스카우트되었다. 월급을 더 많이 받고 일도 편해서 남편과 나는 매우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등교하면 둘만의 데이트를 하고 수시로 가족 여행을 다니는 등 여유로운 나날을 보냈다.


우리나라에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건 2020년 2월부터다. 2월 초에 오키나와로 가족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고민하던 끝에 마스크를 쓰고 5일간의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돌아온 지 일주일도 안되어 대구에서 신천지 사태가 벌어지고 우리나라에도 코로나 공포가 덮쳤다. 그리고 3월, 남편은 단 한 번의 비행을 끝으로 더 이상 회사를 갈 수 없었다.


앞서 'NO Japan' 운동과 부실 경영으로 힘들었던 회사는 하늘 길이 막히자 바로 도산 위기에 처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월급조차 주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월급이 끊기고 수입이 없어진 우리 부부는 말 그대로 '멘붕'에 빠졌다. 처음 몇 달은 '곧 사라지겠지'라고 생각하며 여기저기서 돈을 꺼내 쓰며 버텼다.


아마 그때 앞으로 2년을 더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면 절대 버티지 못했으리라. 가끔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상상하는데 그때만큼은 미래를 결코 몰랐어야 했다.


학교가 개학을 했는데도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않았고 남편까지 집에 있으니 죽을 맛이었다. 김장 김치는 여름이 오기도 전에 동이 나고 아이들은 한창 자랄 시기라 쥐어 짜가며 생활비를 아껴야 했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여행, 식당, 영화관, 카페를 못 가고 아이들과 남편이 종일 집에 있는 다소 끔찍한 생활이 어느덧 일상이 되었다.


강의 일마저 모조리 끊기고 나서 깨달았다.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생겼으니 현실을 그냥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구나!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나에게 집중해야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일 가족들과 함께 집에 있었기에 내 시간이라고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가족들이 잠을 자는 새벽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로 했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책을 쓰고 운동을 하는 등 몰입해야 하는 일들을 몽땅 몰아서 했다.


그랬더니 6개월에 한 권씩 책이 출간되고 체력은 점점 더 좋아졌으며 수입도 생겨났다. 그 덕분에 기나긴 2년이라는 시간을 가족들과 크게 부딪히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던 것 같다.



코로나가 끝이 난 지금, 세상은 활기로 가득 차 있다. 젊은이들, 노인 할 것 없이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과 모임을 갖고 외식, 여행, 항공 산업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가장 힘들었을 자영업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밀려드는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꿈에 그리던 일상으로 돌아가니 마스크로 가려졌던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바이러스 대신 웃음꽃이라니! 필자의 남편 역시 회사에 복귀를 하고 그동안 못 받았던 월급도 목돈으로 받게 되었다. 남편이 2년 동안 쉬면서 열심히 했던 투자도 경제 호황으로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다.


나 역시 오프라인 강의를 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여유 있게 하루를 시작한다. 생각해보니 코로나는 우리 가족에게 엄청난 기회였다. 월급보다 자산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생활비를 반이나 절감할 수 있었으며 나는 책을 세 권이나 쓴 작가가 되었으니 말이다.  


고맙다 코로나,

그리고 잘 가라!

덕분에 좋은 일들이 일어났고 어떤 환경에서든 나만 정신 차리면 된다는 진리를 몸소 깨달았으나

다시는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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