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큰아들은 꽤 독특한 녀석이다. 학교나 학원에 지각이 확실시되는데도 외출하기 전에는 샤워를 반드시 해야 한다. 요즘엔 날씨가 추우니까 머리만 감으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누가 뭐래도 자신이 최우선이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하고 싶은 걸 먼저 한다.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녀석을 보면 사회 생활하기 참 힘들 것 같아 걱정스럽다.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고 할 일을 먼저 하는 나와는 많이 다른 아들을 키우기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초등학생 때까지는 교육을 통해 시간 개념이나 생활 습관을 지키도록 했는데 사춘기가 되니 기질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성격유형을 공부하지 않고 두뇌유형에 관한 책을 쓰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안 했을 테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어려웠을 텐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네 가지 두뇌 유형 중에 이성 우뇌형이 있다. 좌뇌보다는 우뇌가, 감성보다는 이성이 발달한 유형이다. 호기심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창의적이라 예술가의 뇌라고 불린다. 이 유형은 높은 이상을 가지고 있어 자신이 특별하고 예외적인 존재라고 생각해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 누가 시키거나 강요한다고 해서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포기하는 법도 없이 고집이 세며 주관이 뚜렷하다.
큰아들은 전형적인 이성 우뇌형이다. 자주 지각해서 어른들한테 아무리 혼나고 알아듣게 타일러도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듯하다. 나는 아들의 두뇌 유형을 알기에 화내거나 잔소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습관 형성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성 우뇌형들 역시 대부분 미루는 습관이 있다. 이들은 의지가 약한 게 아니라 하기 싫은 일, 재미없는 일을 최대한 미루는 것이다. 고치려는 생각도 없다 보니 자기 관리가 안되고 시간 개념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문제아나 반항아로 쉽게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
이성 우뇌형이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일을 찾아 계획을 세우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규칙에 얽매이기 싫다면 매일 아침 반드시 해야 할 일 몇 가지를 기록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실행한 후 체크해보자. 습관을 만들기보다는 하루의 일정을 즐거운 놀이 시간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한다면 누구보다도 열성적으로 할 수 있다. 이들은 한 번 꽂히거나 흥미 있는 일에는 열과 성을 다하고 창의적으로 해내기 때문이다.
이성 우뇌형은 다른 두뇌 유형에 비해 규칙적인 생활과 시간 관리가 힘들 수밖에 없는 유형이다. 하지만 습관 형성 프로젝트를 1년간 진행해보니 불가능하지도 않다. 안되거나 힘들다고 기피할 게 아니라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계속 도전해 보거나 그런 곳에 들어가서 하면 된다. 이들은 정해진 틀과 규범을 벗어나는 대범함이 있기에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독창적이고 창의적일 수 있다.
큰아들은 나와 성격, 두뇌 유형이 정반대 성향이다.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했던 공부는 아니지만 지금껏 해온 강의와 저술 활동을 통해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이런 특징을 아들의 개성과 매력으로 인식하려고 노력 중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유가 넘치는 모습만은 본받고 싶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도 등교 전쟁과 지각을 피하기 위해서 아들이 일어나기 전에 시계를 5분 빠르게 돌려놓고 바로 샤워할 수 있도록 뜨거운 물을 틀어 놓아야 한다. 지각하는 습관을 고치려 애쓰는 대신 아침마다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었을 뿐이라고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내게도 생겼다.
강은영 칼럼니스트는 국제뇌교육대학원 석사를 취득한 국가공인 브레인 트레이너이다. 일류두뇌연구소 대표이자 온라인 프로그램 ‘체인지U 스쿨’을 운영 중이다. 뇌교육과 부모교육 전문강사로 15년 동안 교육 및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 글쓰기, 책쓰기, 습관코칭, 감정코칭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다양한 강의와 저술 활동으로 뇌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리는 중이다. 저서로는 『일류두뇌』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