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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Oct 20. 2021

엄마에게 쓰는 편지

새글캠, 새벽 몰입 글쓰기 캠프 오늘의 주제는 '엄마에게 쓰는 편지'이다. 처음 글을 쓰는 분들은 무얼 써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에 매일 주제를 정해준다. 그러다 가끔 나도 정말 쓰고 싶은 주제는 직접 써보기도 한다. 블로그에 써야 할 글은 다 썼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시간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눈물 좀 흘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엄마에게


아마도 중학교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 엄마한테 편지를 준 기억이. 지금껏 엄마 속 썩인 적 없이 잘 살아온 효녀라고 착각했는데 아니었네.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는 엄마한테 편지 한 번도 안 쓰고 전화조차도 자주 안 하는 나쁜 딸내미였어. 


어릴 적 내 소원은 '엄마 호강시키기'였던 거 알아? 있으나마나 한 남편을 의지한 채 혼자서 묵묵히 5형제를 키워내는 엄마가 대단하기도 답답하기도 했어. "차라리 이혼해! 왜 이렇게 살아!" 아빠가 집에 왔다 가시면 엄마한테 울며 소리치곤 했지. 그때 엄마의 심정이 어땠을까? 엄마가 너무 불쌍하고 답답해서 한 말이었는데 오히려 상처를 내고, 있던 상처마저 더 후벼 파는 못된 말이었단 걸 중학생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되고 나서야 깨닫다니!


우리 집에서 나만 돌연변이인 걸까? 어릴 적부터 아빠, 엄마, 언니들, 오빠가 사는 모습이 영 마음에 안 들고 싫었어.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더 악착같이 공부해서 성공하고 싶었던 것 같아. 남편복, 자식복이 지지리도 없는 엄마에게 막내인 내가 유일한 희망 같아서 엄마를 위해 좋은 대학 가고 돈 많이 벌어서 드리는 게 목표였지. 그런데 결혼하고 자식을 낳으니 어느새 엄마보다는 내가 잘 사는 게 목표가 되어버렸네. 윤성이를 낳고 나서는 애 치료하랴 내 행복도 뒷전이 됐지만.


   


2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실 앞에 누워있던 엄마의 얼굴을 차마 보지 못하고 뒤돌아서 숨죽여 울기만 했어. '지금이라도 발견해서 다행이다' '진즉 도시로 모시고 와 건강검진을 받게 해 드렸다면 좋았을 텐데' 대기실에서 수술실 화면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동안 두 가지 마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를 괴롭히더라고.


'아직 호강시켜 드리지 못했는데, 내가 더 잘되는 걸 보셔야 할 텐데' 부모가 죽으면 불효했던 자식이 가장 크게 운다고 엄마가 얘기했었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직 드릴게 많고 보여줄 것이 많은데 그 기회를 빼앗긴 자식이 가장 크게 울 것 같아. 5형제 중에 그런 자식은 아마도 나겠지?


있잖아 엄마. 나는 막내인 게 참 속상하고 안타까워. 내가 큰 딸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엄마 나이가 벌써 70대 후반이라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해. 10년 넘게 윤성이한테 얽매여 있던 나는 이제 날개를 달았는데, 앞으로 정말 잘 될 텐데 그때 엄마가 내 옆에 안 계시면 어쩌지? 아! 생각만 해도 세상의 일부가 무너지는 느낌이네.


한편으론 엄마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어떤 걸까? 더 자주 찾아뵙고 전화드리고 따뜻하게 말을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 그래서 요즘은 엄마를 향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려놓고 좋은 말, 따뜻한 말을 하려고 노력 중이야.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앞만 보며 달리느라 뾰족하고 날카로워진 나를 좀 더 둥글고 부드럽게 하면 엄마에게 좋은 딸, 편안한 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아직 자라고 있으니 더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려면 부디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아 줘. 사랑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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