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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Oct 18. 2021

내 인생은 해피엔딩

<트루먼 쇼>라는 영화가 있다. 1998년에 개봉된 영화인데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화관에서 엔딩 크레디트를 바라보며 한참을 자리에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평소에는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곤 하는데 오랫동안 나를 붙잡아 두는 영화도 가끔 있다.


트루먼 쇼는 트루먼 버뱅크(Truman Burbank)라는 사람의 24시간을 TV로 생중계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주인공 트루먼은 그 사실을 모르고 가족이나 친구들, 지나가는 사람들 조차 모두 연기자이다. 한 사람의 삶 전체가 쇼라는 설정은 신선하면서도 꽤나 충격이었다. 트루먼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며 감시받는다는 생각에 탈출을 시도한다. 섬에 살던 그가 배를 타고 탈출하는데 그 섬이 흰 벽과 파란 하늘로 막혀 있는 세트장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만약 내 인생도 드라마나 TV 쇼라면 어떨까? 어쩌면 지구,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세트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우리 개개인은 트루먼처럼 각자 정해진 시간 동안 주어진 삶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주인공인 세상은 내가 아는 것과 보는 것, 느끼는 것만큼 존재한다. 인생이 누구에 의해 연출되던지 간에 어떤 결말을 낼지, 그 열쇠는 내가 쥐고 있다.            


어떤 삶이든 좋은 일만 일어나거나 힘든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 40년을 넘게 살아보니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절실히 와닿는다. 삶이 잘 안 풀리고 힘들다면 지금은 고구마 구간이자 주인공이 시련을 당하는 부분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고구마와 같이 답답한 구간이 지나고 오는 사이다가 더 통쾌하고 짜릿하듯이 극적인 연출을 위한 장치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나는 고구마 구간을 10년 넘게 겪었다. 남편이 실직 중이라 어쩌면 지금도 겪는 중일지 모른다. 둘째가 장애 판정을 받고 나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고 아무리 발버둥 치며 열심히 살아도 나아지기는커녕 제자리걸음조차 버거웠다. 나이와 빚이 늘어갈수록 감당하기 힘든 화와 울분이 쌓여갔다. 내 삶의 통제력을 잃는 순간 나라는 사람은 무너졌고 내 인생도 내리막길로 내달렸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나는 완전히 무너지는 대신 스스로 살길을 찾아냈다. 10년을 내리막길에서 살아온 상황에 하기 힘든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기 시작했다. 글을 써본 적조차 없었는데 책을 쓰고 코로나로 강의가 막히자 온라인으로 무료 강의와 코칭을 했다. 그 결과 작가, 칼럼니스트가 되었고 수입도 생겨났다. 돌고 돌아 찾은 이 길을 끝까지 가다 보면 내 인생도 달라지지 않을까? 요즘은 막연한 기대로 매일매일이 설렌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 탈출을 시도하던 트루먼은 결국 거대한 세트장 벽에서 비상문을 발견하고 세상 밖으로 한걸음 내딛는다. 문을 나서기 전, 그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말은 큰 울림을 준다.

나중에 못 볼지도 모르니 좋은 오후, 좋은 저녁, 좋은 밤 보내요 


각자가 주인공인 우리네 인생도 결국엔 해피엔딩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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