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에 나오는 토끼 다시 보기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에는 재능이 있으나 게으른 토끼와 재능은 없지만 성실한 거북이가 등장한다. 달리기 재능만 믿고 낮잠을 자다 결국 경주에서 패배한 토끼는 어리석고 나쁜 캐릭터로 묘사된다. 초등학교 토론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어쩐지 "천천히 노력하는 사람이 승리한다"는 교훈을 강요당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 역시도 노력파이고 노력 예찬론자이다. 토끼처럼 자만하지 않고 거북이처럼 꾸준히 노력해야 뭐든지 이룰 수 있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경주에서 꼭 이기는 것만이 최선인가? 토끼처럼 달릴 때는 달리고 쉴 때는 푹 쉬며 가는 게 더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내 삶의 방향을 성공이 아닌 성장에 두면서부터 생긴 깨달음이다.
달리기 경주에서 이긴 거북이는 성공을 상징하고 패배한 토끼는 실패를 상징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재능만 믿고 늘어지게 낮잠을 즐긴 토끼는 어리석고 자만심 가득한 캐릭터가 되는 것이다. 달리 생각해서 토끼가 애초에 경주에서 이길 마음이 없었다면? 달리고 싶거나 잘 달릴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달리고, 쉬고 싶을 때 마음 편히 쉬었을 것이다. 자신보다 못한 거북이에게 졌다는 패배감에 괴로워하는 대신 쉬지 않고 달려서 자신을 이긴 거북이에게 진심 어린 축하와 박수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긴 사람, 성공한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에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잘 되려면 타인을 이기거나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살아온 나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마음 한편이 불안했다. '열심 강박증' 속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스스로 괴롭혔다. 마치 루저가 되면 존재 가치가 없는 것처럼.
그렇게 열심히 쉬지 않고 달려왔더니 많은 성취를 이뤄냈어도 행복하지가 않았다. 만족할 수 없어서 더 큰 성공을 추구하며 더 크게 인정받고 싶었다. 결혼을 하고 장애아를 키우면서부터는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는 현실에 감정의 밑바닥까지 드러내며 루저가 된 듯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내었다. 재능 많은 토끼지만 게으름을 피우지도 못하고 엉뚱한 데 힘을 쓰며 인생을 낭비하는 듯해 괴로웠다.
더는 성공할 마음이 없는 내 사전에 루저, 패배자란 단어는 없다. 지금까지는 게으름 피우지 않는 토끼처럼 살았다면 이제 이솝우화 속 토끼처럼 살고 싶다. 똑똑하고 게으른 토끼처럼 달릴 때는 전력 질주를, 쉴 때는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사람처럼 쉬려 한다. 내 인생의 최종 목적지는 결승선이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하여 눈 감는 날 내가 있을 그 자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