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교육 전문잡지 [브레인] 칼럼
나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난다. 가장 먼저 화장실에 들렀다가 공복 체중을 재고 서재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 간단한 스트레칭과 브레인 명상을 한다. 컴퓨터를 켜고 나면 4시간 동안 글쓰기, 독서, 강의 자료 만들기 등 업무를 본다. 일을 마치고 컴퓨터를 끄면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강사로서의 하루가 끝나고 엄마, 아내의 일상이 시작된다.
올해로 결혼 17년 차, 육아와 살림은 고수의 경지라 오전과 오후에는 여유가 있어서 2시간 이상 운동을 한다. 운동은 20년 전부터 해왔기에 습관을 넘어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건강 관리 차원도 있지만 매일 새벽 기상과 글쓰기를 해내려면 반드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매일 운동하고 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밤 10시쯤 자는데 마치 하루가 아닌 이틀을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팬데믹이 가져온 자율성과 혼란
2년 전, 처음 책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이런 일상을 살고 있다. 책을 쓰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외부 활동과 모임이 뜸해졌기에 나에게만 집중하기가 수월했다. 팬데믹의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학생들은 등교를 자주 하지 않으며 법정 근로 시간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업무뿐만 아니라 생활에서도 개인의 자율성이 높아졌지만, 외부 환경에 맞춰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과도한 자유가 오히려 혼란과 불안을 불러일으켰다. 넘치는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닌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누구든 자유를 갈망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유가 주어졌을 때 많은 사람이 오히려 혼란스러워한다. 생활과 업무에서 자율성이 커지면 자기 통제력이 약한 사람들은 시간 관리, 자기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사람일수록 미라클 모닝, 만 보 걷기 등 좋은 습관을 인증한 SNS 게시물을 보면서 ‘나만 의지박약이 아닌가’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2022년 1월 현재,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살펴보면 미라클 모닝이 70만 개, 만 보 걷기가 30.3만 개에 이른다. 얼마나 꾸준히 하는지 논외로 하더라도 급변하는 혼돈의 시기에 자신의 일상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트렌드 코리아 2022』에는 '바른생활 루틴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다. 외부 통제가 줄어들어 내 삶을 스스로 설계해야 하는 시대에 자기의 일상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루틴이란 매일 수행하는 습관이나 절차로 ‘삶의 방향성을 스스로 통제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라는 점에서 습관과 다르다. 직장이나 학교의 정해진 규칙에 맞춰 살았던 사람들에게 일상의 자유가 주어지자 여유 시간을 관리하며 스스로 삶을 통제해야 할 필요성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브레인 루틴: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루틴을 통한 반복되는 일상은 혼돈의 시대에도 우리의 삶을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만든다. 나 역시 남편의 실직과 아이들의 온라인 학습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일상을 관리하기 위해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고 뇌교육 전문가로서 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고민을 거듭했다. 그 결과 두뇌를 활용한 습관 형성을 ‘브레인 루틴’이라 명명했다. 브레인 루틴이란, 자신의 뇌를 믿으며 뇌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하여 일상에서 만들어낸 규칙적인 습관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루틴과 다른 점은 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뇌를 잘 활용하여 더 쉽고 꾸준하게 좋은 성과를 낸다는 점이다.
루틴이나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뇌를 바꿔야 한다. 뇌를 바꾼다는 것은 장기이식 같은 물리적인 교체가 아니라 뇌 속에 있는 정신의 변화를 의미한다. 뇌는 신체 기관 중 유일하게 정신을 담는 기관이므로 뇌의 변화란 마음과 의식의 변화를 뜻한다. 문제는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따라서 뇌를 바꾸기 위해서는 마음을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 뇌와 연결된 몸을 먼저 변화시키는 게 낫다.
몸을 움직이면 새로운 시냅스가 만들어지고 신경망이 변화하여 새로운 뇌 회로가 생성된다. 뇌는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를 백조 개 이상의 신경 네트워크를 통해 처리하는데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굵은 신경망들이 생긴다. 고속도로와 같은 굵은 신경망이 생겨야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익숙한 습관이 된다. ‘새해에는 운동해야지’하고 마음만 먹는 것이 아니라 매일 일정한 시간 동안 어떤 운동을 할지 정해서 실제로 몸을 움직여야 변화가 일어난다. 독서나 새벽 기상 등 다른 습관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몸을 움직일 때 굵은 신경망이 생겨나 비로소 뇌가 변화한다.
지난 1년간 온라인상에서 두뇌 활용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먼저 자신의 두뇌 유형을 검사하고 거기에 맞는 목표와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프로그램이다. 브레인 루틴 시트지에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세부 계획을 작성해서 매일 실천 여부를 체크하는데 셀프 칭찬, 긍정 선언문, 감사일기 작성과 브레인 명상을 병행했다. 하나의 습관이 정착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문제점이 생기는데 이런 장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꾸준히 할 수 있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차차 다루기로 하겠다.
일상에서 행복 찾기
“행복은 일상의 성실함에서 온다.” 『트렌드 코리아 2022』 중에서 가장 와닿는 한 줄이다. 루틴을 만들고 지키고자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할 것이다. 내가 2년 동안 새벽 기상과 글쓰기를 꿋꿋이 해온 이유도 무엇보다 삶의 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과와 성공을 좇았던 삶은 스트레스만 컸지,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성공이 아닌 성장하는 삶을 추구하는 지금은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오늘도 해냈구나!’ 하는 안도감과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데일 카네기의 『행복론』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미래와 과거의 문을 모두 닫아 버리세요. 앞뒤의 문을 꽉 닫고 ‘오늘’을 위해서만 충실히 생활하는 습관을 지니도록 하세요.” 성공한 사람들이 습관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강조하는 이유는 사소한 습관 하나가 삶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답은 멀리 있지 않으며 크고 거창한 것에 있지 않다. 외부 환경이 불안정할수록 나 자신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 원하는 것을 이루고 인생의 변화를 꿈꾼다면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어떤 습관을 만들어 일상을 설계할 것인가 고민해보자.
(강은영 프로필)
일류두뇌연구소 대표로 저서로는 『일류두뇌』,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등이 있다. 한국 강사신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며 ‘체인지U 스쿨’을 통해 습관 코칭, 감정 코칭, 글쓰기, 책 쓰기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글은 한국뇌과학연구원이 발행한 뇌교육 전문잡지 <브레인>에 실릴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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