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의 시
너의 선택
그 새벽,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마지막 남은 힘까지 짜내 견뎌준 너.
빗길에 아빠가 위험할까 봐
꼬박 이틀을 더 버티고
맑은 늦여름 날에 너는 떠났다.
이 겁쟁이 엄마는
너의 육체를 다시 볼 용기가 나지 않아
집에 앉아 울고만 있었다.
네가 준 사랑과 감사함보다
널 잃은 슬픔이 더 크게 느껴졌기에
너의 선택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어.
이젠
엄마가 선택할 차례야.
너의 몫까지 열심히 즐겁게 살게.
부디 잘 가
막내를 떠나보낸 후 더 이상 일기를 쓸 수 없어서 몇 편의 시를 썼다. 절벽에 매달린 날 살려줄 밧줄 하나를 간절하게 쥐고 있다가 놓쳐 버렸기에 그만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는데, 그곳은 아주 어둡고 긴 동굴과 연결되어 있었다. 스스로 빛을 찾아야만 빠져나올 수 있을 텐데 빛은커녕 공기조차 부족했다. 어딘가에 있을 빛을 향해 힘겹게 앞으로 걸어 나갈 뿐이다. 끝이 있을까? 여길 빠져나갈 수는 있는 걸까?
널 보낸 후에
나의 욕심과 미련이
숨통을 조여 온다.
이미 널 보냈는데
그런 줄 알았는데
어리석은 나는 불쑥
또 불쑥 널 생각하고
가슴을 쥐어뜯는다.
한바탕 울고 나니
조금은 숨이 쉬어진다.
진료비 영수증
널 치료한 내역을 보니
너의 고통이 전해와 울린다.
종이 한 장에 남겨진
네 삶의 힘겨운 사투
가녀리고 약한 육체는
너의 강하고 밝은 영혼을 이기지 못했구나
모든 것을 주더라도 살려내고 싶었는데
죄 없는 진료비 영수증을 원망해 본다.
하늘, 그 아름다움(민성: 하늘 민, 아름다울 성)
아름답게 하늘로 안겨
어울리지 않는 슬픔을 남겨주다.
하늘, 너는 그대로인데
널 보는 내 맘은 수만 갈래 찢어지는 고통
비워내고 또 비워내도 다시 차오르는 건
네 아름다운 영혼에 대한 사랑
이제 널 마음에 묻지 않고
네가 왔던 하늘로 곱게 보낸다.
윤성, 민성이라는 이름은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 지어줬다. 행여나 날 떠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이 세상에서 불릴 이름을 짓고 미리 봐 둔 쌍둥이 유모차도 구입했다. 물론 나중에 사망 신고를 하고 유모차를 되팔아야 했을 때 또 한 번 무너져 내렸지만.
민성이를 낳고 떠나보낸 후의 시간들은 내 생에 가장 떠올리기 힘든 기억이다. 슬프다, 고통스럽다는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시간들이었다. 나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정말 맞는 말이더라. 어둡고 긴 동굴을 지나오면서 나는 전에 없이 강해졌고 점점 큰 사람이 되어갔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겪고 싶지는 않다. 비록 성숙해지지 않는다 해도 그 아픔을 다시 겪진 못할 것 같다.
초고니까 자주 수정이 될 것 같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