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의 일기-1
너를 보고 오고 나서 엄마는 너무나 먹먹하구나.
엄마가 더욱 힘을 내야 하는데 우리 아가의 모습이 떠올라 너무 아파.
이런 아픔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구나.
정말이지 왜 너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누구에게라도 묻고 싶어.
하늘이시여!
간절히 빌고 또 빕니다.
우리 민성이에게 기적이 일어나서 하루빨리 건강히 제 품에 안기기를 간절히 비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습니다.
아니, 할 수 없는 것도 다 하겠습니다.
2010년 8월의 일기-2
그동안 힘들다 느끼고 고통이라 여겼던 것 중 그 어느 것도 지금의 고통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아무리 힘을 내려해도 숨이 잘 안 쉬어지고 하염없이 눈물만 흐른다.
오늘은 기도 중에 이런 답을 들었다.
기다려라! 하늘에 정성을 들였다 해서 그 대가를 바라지 말아라.
너의 초조함과 불안함이 너를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천천히 기다려라! 하늘의 뜻이 전해질 것이다.
이 아이는 너를 살리려고 온 아이다.
불안해 말고 기다려라.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우리 민성이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이 순간들이 너무도 힘들지만 난 더욱 강해지고 있다.
쓰러지지 않고 하루하루 버티며 내 아들에게 기운을 줄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다.
2010년 9월 1일의 일기
오늘을 평생 잊을 순 없겠지.
민성아!
엄마, 아빠, 형아의 간절한 기도를 뒤로 하고 끝내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구나.
엄마는 아직 믿기지 않아. 지금이라도 병원에서
"어머니, 민성이가 많이 좋아졌어요. 교수님이 기적이래요"
하며 전화가 왔으면 좋겠으니......
오늘로 꼬박 73일이다.
너의 가녀리고 약한 육체는 73일을 끈질기게 버티고는 사그라들고 말았구나.
너를 한번 안아주지도 못하고 그렇게 떠나보내는 엄마를 용서해다오.
널 위해 기도하고 힘들어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우리 민성이가 엄마를 위해 좀 더 일찍 가지 않고 버텨준 것만 같구나. 열심히 기도하고 하늘에 맡겨야겠다고 어느 정도 받아들일 때까지 네가 기다려 준 것 알아.
엄마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기를 기다렸다가 이렇게 떠나버렸구나, 내 아가!
나를 엄마로 선택해서 내게로 와준 네 영혼을 사랑한다.
나의 온몸과 마음을 다해 널 사랑하고 또 사랑해.
이 못난 어미를 부디 용서해 다오.
모든 걸 다 바쳐서라도 널 살려내고 싶었지만 그건 엄마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기에 그저 하늘에 빌고 또 빌었어. 나의 간절함에 하늘이 응해주기를 바라며......
이 순간 이후로 하늘을 원망하는 맘이 들진 않을지,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나를 괴롭힐지도 몰라. 하지만 엄마는 정신 차리고 가족들을 보살필 거고 우리 민성이 몫까지 열심히 살아갈 거야.
짧은 시간이나마 엄마의 아들로 있어줘서 너무 고마워.
민성아~내 아가~!
엄마의 소리가 들리니?
엄마의 마음이 느껴지니?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안녕~ 내 아가
잘 가
11년 만에 일기장을 펼쳐 보았다.
그 날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보여서 차마 열어보지 못하고 간직만 했던 기록들을 지금에서야 보게 되었다. 미처 글로 표현되지 못한 수많은 감정들이 눈물로 얼룩진 글자 사이를 떠다녔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을 믿지 않았는데 완치는 안됐지만 그 날을 떠올려도 그때만큼은 아프지 않은 걸 보니 시간이 약이 되긴 했나 보다.
초고니까 자주 수정이 될 것 같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