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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May 23. 2021

두 아들을 통해 인생공부를 하다

뇌성마비 장애아양육 이야기

스물여덟의 나이에 결혼한 나는 스물아홉 살에 첫아들을, 서른세 살에 둘째 아들을 낳았다. 매번 딸을 간절히 원했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셋째가 살아있었다면 아마도 아들만 셋을 키우고 있겠지. 만약 둘째에게 장애가 없었다면 딸을 낳기 위해 아이를 또 가졌을 텐데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성별부터 시작해 여러모로 두 아들은 내게 그 누구도 주지 못한 깨우침과 가르침을 주고 있으니 부모는 자식을 통해 공부한다는 말을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첫째는 어찌나 고집이 세고 자기 생각이 강한지 어릴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는 아이다. 그 고집은 산후조리원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냈는데 신생아실에서 울음소리가 가장 컸고 악을 쓰며 울어댔다. 첫째가 울기 시작하면 아이들이 다 따라 울었기에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도 벌떡 일어나 신생아실로 전력질주를 해야 했다. 게다가 첫 아이를 낳으면 바로 모유가 나오지 않아 3일 정도는 분유를 먹이는데 그새 젖병에 적응된 첫째는 모유를 온몸으로 거부했다. 반면 나는 자연분만, 모유수유를 산모의 신조처럼 중시했기에 반드시 모유수유를 해야만 했다.



이 녀석이 모르는 게 하나 있었으니 내 고집은 어릴 적부터 친정 엄마가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로 세다. 하지만 모전자전(母傳子傳), 그 엄마에 그 아들이라 했던가?! 밤에만 젖병을 물리고 낮에는 방에서 모유 수유를 했는데 일주일이 다 되어가도록 땀을 뻘뻘 흘리며 울기만 하고 절대 젖을 물지 않는 것이다. 첫아이라 앉는 자세가 안 나오고 함몰 유두로 모유 수유가 더욱 힘든 상황이었다. 너무 지치고 힘들어 나도 같이 땀 흘리고 울면서 안간힘을 썼는데 일주일째 되는 날, 드디어 젖을 물기 시작했다. 그때의 감격이란!          


결국 아이의 고집을 꺾고 엄마인 내가 이긴 셈이다. 다른 몇몇 까다로운 아이들도 모유를 거부했는데 그 엄마들은 다 포기하고 젖병을 물릴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타고난 기질은 어쩔 수 없는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점점 엄마의 뜻을 따르지 않기 시작하더니 4학년 때부터는 사춘기 아이처럼 행동했다. 자신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것만 하려고 해서 운동, 놀이, 공부, 생활습관 등에 있어 내가 추구하는 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가 없었다.


어차피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면 엄마의 뜻을 따르지 않기 마련인데 아이가 초등학교 때는 그걸 몰랐다. 어떻게 해서든 설득하고 강요해서 내 뜻대로 하기를 바랐다. 그 과정에서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아 수없이 부딪히고 힘들어하곤 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첫째가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그동안 부모교육을 해온 것이 효과를 나타내는지 나도 슬슬 내려놓기 시작했다는 거다.

 

사춘기 아이들은 아무런 잘못도 문제도 없다. 부모가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을 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 하려고 해서 충돌이 생기고 '중2병'이라는 이름을 붙여 아이들의 행동을 이상하게 규정지을 뿐이다. 첫째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엄마를 비롯한 다른 사람의 말은 일절 듣지 않았기에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 자신이 원하는 수학 학원 한 군데만 다니고 하기 싫어하는 공부도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큰 무리 없이 사춘기를 보내고 있지만 내 의도대로 되지 않아 불쑥불쑥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둘째와 달리 첫째는 좋은 두뇌와 건강한 몸을 갖고 태어났지만 성별부터 원하는 대로 되지 않더니 자식은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일찌감치 가르쳐 주었다. 나는 뭐든 뜻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첫째를 키우면서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머리가 좋은 데다가 음악적인 재능이 뛰어나 욕심 나는데 지금은 그저 지켜만 보고 있다.      

         

둘째 아들은 나에게 욕심과 성급함을 내려놓으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리고 겸손, 배려심, 감사함을 알게 해 준 아이다. 나는 뭘 하거나 배우든지 신기할 정도로 빠른 시간 내에 잘하고 어딜 가나 에이스 소리를 듣는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이었고 회사에서는 우수 사원이었으며 책 쓰기 수업에서도 에이스라 불리고 최근에 새로 간 스피닝 센터에서는 그 반의 에이스로 불리고 있다. 한번 마음먹으면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즐겁게 하기 때문에 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둘째는 빨리, 잘하는 것보다 천천히, 꾸준히 하는 것과 조금씩 발전하는 것의 참 의미를 깨닫게 해주고 있다. 미친 듯이 재활치료를 해서 다섯 살에 걷기 시작했고 여러 차례의 시술과 수술을 받았지만 열두 살인 지금도 난간을 잡아야만 계단을 내려올 수 있다. 말도 두 돌이 넘어서야 하기 시작했고 읽기, 쓰기, 계산 등의 학습 능력은 1~2학년 수준이다.


발달이 많이 느리다 보니 첫째를 키우면서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던 모든 것들이 둘째한테는 버겁기만 했다. 그래서인지 사소한 것 하나라도 하게 되면 좋아하고 감사해할 수밖에 없다. 욕심이 많고 기준이 높기만 했던 엄마에게 사소한 것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절로 깨닫게 해 준 것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매일 노력한 끝에 달릴 수 있게 되었고 두 발 자전거를 타며 한글을 떼고 사칙연산을 하는 등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나의 욕심과 들인 노력에 비하면 미미한 결과이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발달이 되지 않기에 내가 포기하는 순간 둘째에게 발전과 성장은 더욱 힘든 일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를 낳고 키우면서 나는 비로소 고통 속에서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뇌손상으로 인한 장애나 원인을 모르는 발달 장애는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은 일종의 충격이자 무기력증도 가져올 수 있다. 힘든 일을 직접 겪고 나니 지금은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특별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힐링, 교육 기관을 만들어 그들의 안락한 쉼터와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어주고 싶다.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해 살았던 이기적인 내가 다른 이들을 위한 삶을 비전으로 세우고 내 가치를 세상에 전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두 아들을 통해 인생의 참 공부를 하면서 엄마인 나도 참 많이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저는 <일류 두뇌>와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저자인 일류작가 강은영입니다.

세 번째 책으로 장애아인 둘째 양육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그런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아 편안하게 브런치에 초고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초고니까 자주 수정이 될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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