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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May 24. 2021

당신 잘못이 아니다

뇌성마비 장애아 양육 이야기

'내가 대신 아파줄 수 있다면'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식이 심하게 아플 때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힘들어하는 걸 지켜만 보는 건 못할 짓이다.


29주 3일 만에 조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몹시도 아픈 손가락이다. 걷지 못할 때는 나의 다리와 바꿔서라도 걷게 해주고 싶었고 조그마한 몸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시술과 수술을 받을 때는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했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견뎌내야 하니 병원에 갈 때마다 안타까움과 미안함 그리고 죄책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이가 선천적 질환을 가지고 태어나거나 조산을 하거나 출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아이를 품고 있던 엄마는 죄책감이 들 수밖에 없다.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이걸 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잘못을 자신에게 돌리게 된다. 나 역시도 '그때 병원을 좀 더 일찍 갔더라면, 서울에 있는 대형 병원을 갔더라면' 이런 후회와 자책에 시달리곤 했다. 지나간 일은 냉정할 정도로 잘 끊어내고 잊어버리는 성격이지만 어쩐 일인지 아이에 대한 일은 11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종종 후회로 남는다.


나는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기에 후회가 된 적도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적도 없다. 하지만 내 일생에 단 한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쌍둥이가 태어나기 전으로 되돌리고 싶다.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의 고통을 다시 겪을지라도 괜찮다. 다른 선택을 해서 막내를 살리고 둘째를 건강하게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설령 같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딱 한 번만 그래 봤으면 좋겠다는 어리석은 상상을 해본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너무도 잘 알고 있고 주위에서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죄책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한창 힘들 때는 나를 병들게 하기도 했지만 이제 와서 굳이 죄책감을 없애려고 애쓸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당연하듯이 엄마의 죄책감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시간이 흐르고 노력한 끝에 자책하는 습관은 많이 옅어지긴 했지만 아마 죽을 때까지도 마음 한 구석에 품고 있을 것 같다. 


먼 훗날, 어른이 된 아이가 나에게 직접 "엄마 잘못이 아니에요"라고 말해준다면,

어쩌면 그때는

이 죄책감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당신 잘못이 아니다


내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 짐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어깨에 가득 짊어지고 허리가 굽은 채로

한발 한발 나아간다


내려놓기만 하면 편해지겠지만

어쩐 일인지 그럴 수가 없다


사람들이 어리석다 손가락질하고

바보같다 웃어도

나는 끝까지 이 짐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그저 먼 훗날

"엄마 고생했어요. 감사해요"

이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족하다


내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 짐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엄마의 잘못은 아니지만

정말 미안해 아가


그리고 사랑해



저는 <일류 두뇌>와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저자인 일류작가 강은영입니다.

세 번째 책으로 장애아인 둘째 양육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그런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아 편안하게 브런치에 초고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초고니까 자주 수정이 될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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