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장애아 양육 이야기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쉬운 것 같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다. 태어날 때부터 평범하지 않았던 둘째는 열두 살인 지금까지도 친구들과는 다른 특별한 일상을 살고 있다. 공부나 예체능을 배우는 학원 대신 매일 병원과 재활 치료실에 다니고 학습은 5학년용이 아닌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저학년 교재로 하고 있다. 키와 덩치는 매년 학급에서 가장 작고 말과 행동도 또래보다 한참 어린아이로 보이게 한다. 발달이 느리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또래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점점 특별해져 가고 있다. 공동체 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남들과 달리 특별하게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남들과 다르게 사는 사람에게는 평범한 사람에게는 없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우선 타인의 시선을 감당해 낼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 오랜 공동체 생활과 경쟁 체제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수가 타인의 시선을 중요시하고 남과 비교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특별히 튀는 것보다 무리에 자연스럽게 섞이는 것을 선호하고 어릴 적부터 비교받으며 자라왔기에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데 익숙하고 거리낌이 없다.
발달이 느린 아이나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이 두 가지에서 자유롭기가 참으로 어렵다. 사람들이 그냥 쳐다보는 것도 괜히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둘째가 어릴 때는 사람들의 시선이 매우 부담스럽고 싫었다. 아이는 다섯 살에 걷기 시작했는데 걷기 전까지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다 큰 아이를 왜 안고 있어요?" "애 신발을 신기지 엄마가 안고 다니네"라고 말하는 것이 무척 싫었다. 왜냐하면 애가 못 걷는다는 말을 하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아직 아이의 장애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걷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몸을 휘청거리며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이를 한 번씩 쳐다보았다. 그나마 흘끗 보는 사람은 괜찮은데 계속해서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을 보면 견디기가 힘들었다. "뭘 그렇게 보느냐?"며 쏘아붙이고 싶은 때가 종종 있었다. 물론 악의 없이 보는 거였지만 그 시선을 받아내는 사람은 뾰족한 칼날처럼 날카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흐르면 타인의 시선도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처를 받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자라 오로지 혼자서 이걸 감당해야 할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그래서 나는 더욱 당당하게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 먼저 다른 사람이 쳐다보는 것에는 아예 신경을 꺼버린다. 오랫동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는 사람이 있으면 똑같이 그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했다. 엄마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두려워한다면 아이는 더욱 감당하기가 힘들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못난 엄마와 달리 아이는 어른을 만나면 낯선 사람일지라도 먼저 인사를 함으로써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호감으로 바꿔버린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어른을 만나면 먼저 인사해야 한다고 가르쳤을 뿐인데 어딜 가나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을 마주치면 큰소리로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한다. 그러면 대부분은 웃으며 인사를 받고 칭찬도 해준다. 물론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거나 견디는 것이 아니라 보다 현명한 방법으로 잘 대처해가고 있다.
또 한 가지 힘든 점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태도이다. 첫째를 키울 때도 산후조리원 동기들끼리 누구의 아이가 먼저 뒤집기를 하고 누가 먼저 말을 하며 걸을 것인지 경쟁 심리가 상당했다. 학교에 입학하면 엄마들끼리 어느 집 아이가 더 공부를 잘하는지 그림을 잘 그리고 피아노를 잘 치는지 비교하고 경쟁한다.
발달이 뒤쳐진 아이와 일반적인 아이들을 비교하는 것은 불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경쟁심과 성취감이 큰 나도 한 때는 우리 아이가 많이 뒤처진 것이 견딜 수 없었고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격차는 만회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때문에 애초에 따라간다는 생각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첫 출발점부터가 달라서 경쟁을 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다른 아이들과 비슷해지려고 노력을 한다. 나는 이 생각을 버리지 못한 채 10년 동안 재활치료에 열과 성을 다했다. 열심히 하면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으로 아이를 평범한 아이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왔다. 다른 사람은 안돼도 나와 우리 아이는 그렇게 될 거라는 부질없는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 아이의 특별함이 다르게 다가온다. 굳이 다른 아이처럼 평범하게 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특별한 아이기 때문에 남들과 달리 특별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희망 대신 장애를 극복하고 위인이 된 헬렌 켈러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처럼 내 아이도 그렇게 될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어릴 적부터 이미 친구들과는 다른 일상을 살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내가 바라는 대로 장애를 이겨내고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가치있는 삶을 살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는 평범함을 거부한다.
장애아는 특별하기 때문에 더 특별하게 살아갈 수 있다.
저는 <일류 두뇌>와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저자인 일류작가 강은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