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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Jun 11. 2021

나는 할 수 있다

장애아의 자신감을 키우는 아주 쉬운 방법

"으악 너무 어려워. 못하겠어요"

수학 문제 풀이를 할 때면 아이는 종종 머리를 쥐어뜯습니다. 덧셈과 뺄셈도 몇 년의 노력을 거쳐 겨우 해냈는데 곱셈과 나눗셈까지 해야 하니 벅찰 만도 하지요. 한두 자릿수는 곧잘 하더니 세 자릿수 이상이 넘어가니 버퍼링이 걸리는 모양입니다. 그럴 때면 저도 '아 여기서 그만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하는 곱셈도 알고 보면 꽤나 어려운 두뇌활동이 요구됩니다. 먼저 구구단을 외워야 하고 2 곱하기 3이 2를 3번 더한다는 원리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두 자릿수 이상 넘어가면 각각의 자릿수 별로 중복해서 곱하기를 하고 마지막에는 덧셈까지 해야 합니다. 어휴! 설명으로도 이리 복잡하니 실제로 계산을 하는 아이의 머릿속은 얼마나 바쁘고 복잡하게 돌아갈까요?!


인지 능력이 떨어진 아이한테 어려운 학습을 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의 학년과 상관없이 현재 수준에 맞는 읽고 쓰기와 셈을 가르치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점차 어려운 계산도 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래 봤자 두세 살 어린 동생들이 푸는 문제이긴 하지만 뇌세포의 일부가 손상된 아이라 뇌 회로끼리 원활한 정보를 주고받지 못하기 때문에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땐 하던 걸 잠시 멈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속에, 정확히는 뇌 속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연습을 합니다.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저만의 비법이 힘을 발휘할 순간이 온 것입니다.

나는 할 수 있다

처음엔 그다지 자신이 없는지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말합니다. "좀 더 크게!"하고 제가 주문을 하면 목소리가 조금 더 커집니다. 어릴 때는 두세 번만 해도 바로 신이 나서 할 수 있다고 소리치더니 문제가 어려워질수록 힘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몇 번을 해도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으면 저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아이와 눈을 마주하고 말합니다.

진짜로 할 수 있는 마음이 들 때까지 계속해보자!


엄마가 믿음을 가지고 지켜보면 점점 목소리가 커집니다. 그리고 이내 눈빛이 달라집니다. "오케이! 이제 됐다. 다시 풀어보자"


자, 결과는 어떨까요? 정말 신기하게도 힘들어했던 문제를 너무 쉽게 풀어 버립니다. 믿을 수 없다고요? 그럼 여러분도 한번 해보세요. 아이가 공부나 악기 연습 등 무엇이든 하기 힘들어할 때 "나는 할 수 있다"하고 여러 번 외치면 어디서 솟아났는지 모를 자신감이 생깁니다. 지속적으로 연습하면 뭘 하든 자신감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지요.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도 얼마든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혼자 있을 때면 큰 소리로 외치고 평소에도 뇌한테 조용히 들려주는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저와 이 훈련을 꾸준히 했던 아이는 어딜 가나 자신감이 넘칩니다. 학급에서 가장 공부를 못하지만 발표는 가장 잘하는 학생 중에 한 명이지요. 초등 3학년부터 5학년인 지금까지 매번 학급 임원 선거에 출마를 합니다. 아직 당선되지 못했지만 될 때까지 도전한다는 것을 보면 참으로 기특합니다. 학급에서 키도 가장 작고 걸음도 느리지만 매일 친구들과 같이 하교를 하고 함께 놀자며 불러 냅니다. 아이의 타고난 밝은 성격도 한몫하겠지만 저는 이 모든 게 아이한테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방법은 걷기나 계단 내려가기 등 신체 활동을 할 때도 아주 좋습니다. 발달이 느린 아이는 커갈수록 두려움도 커지기 마련인데요. 그 두려움을 아이 스스로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발달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말하기, 걷기 등을 비롯해 무엇 하나 쉽게 해내지 못하는 아이를 키우면서 저도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그만 욕심을 내려놔야 하나?'

'내가 포기하면 아이가 더 할 수 있는 걸 못하진 않을까?'

이 두 생각 사이를 매번 왔다 갔다 합니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있다"는 저 자신에게 거는 주문이기도 합니다. 뇌가 손상된 장애아를 제가 바라는 행복한 천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매일 매 순간 마음을 다잡아야 하니까요. 

 

아직 열두 살밖에 안된 아이가 장차 어떻게 자랄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행복한 천재가 되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살지, 평생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살지 아직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있습니다. 한 때, 가슴을 쥐어뜯으며 답답함과 슬픔을 토해내기도 했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원망도 많이 해보았습니다.


그 어떤 대답도 제 삶의 무게를 덜어줄 순 없을 것입니다. 누가 대신 해결해 줄 수도 없습니다. 오로지 저만이 감당해야 할 무거운 짐이자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무거운 짐을 지고도 내려놓으려 발버둥 치는 대신 웃을 수 있고 주위 사람들과 기꺼이 나눠서 들고 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풀기 어려운 문제지만 될 때까지 해보려 합니다. 그럴 수 있다고 믿기에 우리 모자는 오늘도 "나는 할 수 있다"라고 큰소리로 외칩니다.        


저는 <일류 두뇌>와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저자인 일류작가 강은영입니다.

세 번째 책으로 장애아인 둘째 양육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올해 안에 발간하는 것이 목표인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아 편안하게 브런치에 초고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초고니까 자주 수정이 될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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