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비밀
새벽 4시, 모두가 잠든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에 홀로 일어난다. 목 돌리기부터 시작하여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난 후 따뜻한 물과 찬 물이 반반 섞인 음양탕을 만들어 책상 앞에 앉는다. 지금부터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나만의 시간이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시작되었다.
작가가 되기 전에 나는 행복하다고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다. 가끔 강의를 하러 가거나 교육을 들으러 갈 때면 열정이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지만 강의 일에 매진할 순 없기에 그때뿐이었다. 매일 몇 군데씩 둘째의 재활치료를 다니고 집안 일과 아이들 돌보는 일을 도맡아 하는 일상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고 싶은 것들은 저축하듯 차곡차곡 쌓아 두기만 한 채, 덧없는 시간만 흘려보냈다. 그나마 매일 하는 운동이 숨통을 조금 트이게 해 주었을 뿐.
행복의 비밀, 그 답은 마음에 있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중 한 구절이다. 내 마음속에 파랑새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잠을 자는지 잠시 마실을 나갔는지 찾을 길이 없었다. 파랑새의 존재를 무시한 채 아이 만을 위해 달려왔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장애아나 발달이 느린 아이, 아픈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공감할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기엔 마음이 편치 않고 왠지 모를 죄책감도 든다. 내 경우에는 아이가 어렸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치료를 받게 하고 엄마와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나의 열정과 에너지는 마음의 통장에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
처음 몇 년은 하고 싶은 대학원 박사 공부와 강의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참기 힘들었다. 공부와 강의를 하며 열정과 에너지를 발산해야 행복해지는데 하고 싶은 일은커녕 하기 싫은 일들을 주로 해야 했다. 평소에도 집안 일과 운전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일상 중 대부분은 집안 일과 치료를 위한 운전이었으니 말이다.
남편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그 능력을 썩히기 아깝지 않냐며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일을 하라고 조언하곤 했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믿을 만한 사람도 없었거니와 그렇게 한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상태에서 공부나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있었을까?
나는 지나온 10년을 후회하지 않는다. 행복하지 않았고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나와 아들에겐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만약 내가 하고픈대로 하고 살았다면 이제 와서 후회하고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안타까워할지도 모른다. 발달이 느린 아이들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재활과 아이 교육에 매진해 온 10년은 아이를 훌륭하게 성장시켰고 나는 전에 없던 끈기와 인내심, 여유를 갖게 되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그 10년 동안 하기 싫은 일만 도맡아 하며 아이 때문에 애끓는 시간을 보냈더니 이제는 웬만한 일에는 끄떡도 안 한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항공사에 다니던 남편의 월급과 내 강의가 끊겨 수입 제로가 된 상태에서도 그리 큰일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들도 학교를 못 가서 매일 네 식구가 집에서만 복닥거려도 괜찮았다. 1년 넘게 이렇게 살고 있지만 정말로 괜찮다.
오히려 전에 없이 좋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상황은 전보다 더 악화되었지만 나는 요즘 최고로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마음속에 파랑새를 드디어 만난 걸까? 그 비밀은 바로, 오랫동안 하고 싶던 일들을 마음껏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살아야 한다. 마음이 시키는 일이란 다름 아닌 뇌가 행복해지는 일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나만의 책을 가진 작가가 되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었다. 공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도 좋아했다. '공부해서 남 주랴?'라는 속담이 있지만 공부해서 남을 주면 나에게는 더 큰 것이 돌아온다. 샘물을 계속 퍼주어야 썩지 않고 맑아지듯이 지식을 쌓아만 두면 안된다. 나의 경험담과 함께 타인에게 나눠줄 때 생생하게 살아있는 지식, 도움이 되는 지식이 될 수 있다.
글을 쓰고 책과 강의를 통해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주고 있는 지금이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고요한 새벽, 피아노 연주를 듣고 따뜻한 물을 마시며 글을 쓰는 이 순간이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고 행복한 시간이다.
굳이 장애아를 키우지 않더라도 육아를 전담하거나 직장일로 자신만의 시간이 없는 사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만의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시간에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을 하면 행복해질 수밖에 없다. 아직 그 일을 찾지 못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뇌에게 계속 물어봐야 한다.
나는 뭘 할 때 행복하지? 어떨 때 내가 행복했더라?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서 우선 그것부터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자. 그러고 나서는 매일 같은 시간에 그걸 하기만 하면 된다. 몇 시간씩 시간을 내지 않아도 뭔가 큰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단 몇 분이라도 좋아하는 차를 마시거나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고 산책을 하는 등 사소하다며 지나쳤던 일도 좋다. 위대한 일, 대단한 일이 뭐가 대수일까? 그저 내가 좋으면 되는 것을......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밖으로 나가 새벽 산책을 할 것이다. 주말 아침 6시는 조용히 산책하며 아침의 정기를 받기 딱 좋은 시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와 꽃을 보고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날 기다리고 있다. 나만의 장소에서 나만의 시간 갖기! 행복해지고 싶다면 당장 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