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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류작가 강은영 Jul 17. 2021

내 결정에 후회가 없기를

경증장애인의 비애

나는 어중간한 것, 확실하지 않은 것을 못 견딘다. 무언가를 할 때 분명하게 정해지지 않으면 하기 싫어진다. 지금 결정하지 않고 나중으로 미루는 일 역시 힘들다. 그런데 둘째를 키울 때는 어중간하고 불확실한 것 투성이었다. 


처음 재활 치료를 시작했을 때 아이가 '경증'이라는 말을 들었다. 장애가 심하지 않다는 말이다. 가만히 앉아 있거나 서 있으면 아무도 장애아라고 보지 않았다. 그래서 열심히 하면 치료도 졸업하고 일반인처럼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경증 장애가 어중간한 상태라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 경증 장애인은 일반인과 장애인의 경계선에 있다. 어느 한 곳에 들어가지 못하고 중간에 낀 것 같은 상태다. 장애인 집단에서는 매우 월등하고 일반인 집단에서는 한참 부족하니 아이가 좀 더 크면 정체성의 혼란이 올지도 모른다. 물론 중증 장애가 아닌 것이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이 또한 극복해야 할 문제이다. 




이 문제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선 특수학교를 갈지 일반학교를 갈지 결정해야 한다. 경증이니까 큰 고민 없이 일반학교를 선택했지만 그다음으로는 제 나이에 보낼지 몇 년 유예를 시킬지가 문제다. 모든 면에서 발달이 느리므로 유예를 시키는 것이 좋겠지만 아이가 동생들과 학교에 다니기 싫다며 거부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이제 겨우 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를 입학시켰다.

 

만약 아이가 자신의 나이를 잘 모른다면 학교 입학을 유예시키길 바란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일반 아동들과 격차가 커지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거나 수업의 일부라도 따라가기가 벅차다. 그런데 필자의 둘째처럼 자신의 나이를 알 정도의 인지 능력이 된다면 아이한테 의사를 물어봐야 한다. 제 나이에 들어갔을 때 예상되는 어려움과 유예를 했을 때의 장단점 등을 이야기해주는 거다. 물론 아이는 판단력이 부족해서 옳은 결정을 내리긴 힘들 것이다. 그래도 아이한테 있어서 중요한 사건과 문제들은 반드시 상의하는 것이 좋다. '장애가 있는데, 어린애가 뭘 알겠어?'와 같은 생각은 금물이다.     


유예 여부를 결정하고 나면 이제 일반 학급에 다닐 것인지 특수 학급에 다닐 것인지가 남아 있다. 휴~고민과 결정의 연속이다. 나에게는 이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는데 선배 장애아 맘들과 교사 지인들한테 조언을 들어봐도 결론은 어떤 게 더 좋을지 알 수 없다는 거다. 일반 학급에만 있자니 학습과 학교 생활을 비롯하여 친구들이 아이를 장애인으로 인식하지 않아서 오는 문제들이 걸렸다. 


휠체어를 타지 않고 말을 잘하는 경증 장애아를 보면 아이들은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확실한 장애 친구라고 인식을 하면 아예 건드리지 않거나 도와주는데 그렇지 않으면 함부로 하거나 괴롭히고 따돌림 등을 시키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말을 줄곧 들어왔다. 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면 아이가 힘들어 할 수 있고 체육 시간이나 체육대회, 체험학습 시 도움도 필요한데 그런 것들이 잘 이루어질지도 불확실했다.      



고민하던 와중에 특수반 선생님과 상담을 했는데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 정도면 일반 학급에서만 생활하는 완전 통합이 좋다고 추천하셨다. 소속은 특수반으로 해서 필요한 도움을 받되 수업은 동일하게 받는 것이다. 선생님의 경험담이 한몫했는데 예전에 경증 장애아의 엄마가 학습을 중요시해서 아이를 특수반에만 거의 뒀단다. 그 아이는 고학년이 될수록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어하고 학교에 다니기도 싫어했다고 한다.


그 예기를 듣고 나는 완전 통합을 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어떤 결정을 하든 장점만 있을 순 없고 분명 단점이 존재한다. 두 가지 선택지 중에 내가 더 가치를 두는 방향을 고르고 그에 따른 단점이나 문제는 보완하면 될 일이다. 내가 중요시한 것은 학습이 아니라 아이가 학교를 즐겁게 다니는 거였다.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가 친구를 사귀고 학교 규칙을 배우는 등 사회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애초에 수업을 따라간다는 욕심도 없었고 학습은 아이 수준에 맞게 집에서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다. 발달이 느린 아동들의 학습 지도법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하겠다. 


이번에도 아이한테 의사를 물었는데 역시나 친구들이 많은 반에 있겠다고 했다. 외부 체험활동이나 도움이 필요한 일은 특수반 공익요원이나 실무사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그렇다면 이제 친구들을 사귀고 혹여 있을지 모를 괴롭힘이나 무시에 대한 대처만 잘하면 될 일이다. 


마지막 남은 친구와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가고 있는지는 이전에 발행된 글들을 참고해보자. 처음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이런저런 걱정과 고민에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이도 저도 아닌 중간에 낀 상태라 더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이와 관련해서 내가 내렸던 결정들은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물론 다른 길은 가보지 않아서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가지 않은 길은 절대 돌아보지 않는다. 어떤 길을 가던 탄탄대로만 펼쳐지지도 어려운 일만 생기지도 않기 때문이다. 어떤 길을 가느냐보다 어떻게 가느냐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저는 <일류 두뇌>와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저자인 일류작가 강은영입니다.

세 번째 책으로 장애아인 둘째 양육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올해 안에 발간하는 것이 목표인데 글이 잘 써지지 않아 편안하게 브런치에 초고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초고니까 자주 수정이 될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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