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씁쓸한 그러나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
새로 join 한 팀에서 팀장의 출산 휴가 기간 동안 정신없이 런치 한 신약은 아직 급여를 받기 전인지라, 비급여 약가기준 총 투약 6번에 약 1억 원이 드는 약이었다.
모든 항암제가 그러하듯, 100%의 확률로 완치에 이르게 하는 약은 없다.
기존 치료제 대비 새로운 항암제가 질병의 진행이나 사망 위험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에 따라 약효가 더 뛰어나다고 얘기하는데, 당시 신약은 근 10년 만에 나온,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가 좋은 새로운 option이었다.
사실 나는 비급여로 이 약을 얼마나 팔 수 있으려나.. 싶었다.
1억을 쓰더라도 100% 낫는다는 보장이 없는데, 정말 소수의 사람만이 쓸 수 있지 않을까?
실손보험이나, 암보험이 있는 경우에도 보장금액이 5000만 원이 대부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join 하기 전 팀원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수요가 많아 부랴부랴 제품을 추가로 수입해야 했으며 그 과정에서 혹시나 수급문제로 기존에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의 schedule에 차질이 생길까 한동안 노심초사했다.
그리고 우리 회사의 1억짜리 신약이 비싸다고 느낄 겨를 없이, 경쟁사에서는 CAR-T 세포 치료제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차세대 항암제)를 출시했고, 들리는 소문에는 치료비가 5억에 다다른다고 했다. CAR-T 치료제라 해도, 100% 완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비급여 상황에서도 약이 잘 팔리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신약이 (비록 경쟁사이지만) 나온 다는 것 역시, 완치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나는 것이니 그 역시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나는 씁쓸함을 느꼈다.
과연 생존 확률을 기존 치료제 대비 약 40% 높이기 위해 (예를 든 것임) 5억을 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니면, 20% 높이는데 1억을 쓰는 것은 좀 더 쉬운 결정일까?
자기 자신을 위한 치료 결정은 어쩌면 더 이성적으로 (비용 효과성을 따져) 결정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암에 걸렸고, 기존치료 / 1억 / 5억 옵션을 알 때 우리의 금전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기존 치료를 선택하게 된다면,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5억짜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정부가 치료비를 지원한다거나 하는 것은 엄청난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지므로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나는 이런 일차원적인 해결 방법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죽음 앞에 모든 사람들이 평등해진다고 했지만 죽음 앞에서 선택지로 줄 세워지는 평등해 보이지 않는 현실을 좀 더 가까이에서 마주하며 현실의 차가움에 마음 한구석이 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