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차]2. 인도 사람들과 일하기

This is insane...

by 벨라홍

출산휴가를 간 팀장이 팀장이 되는 데에는 마케터로 업무를 하면서 global에서 주최한 innovation award를 수상했던 이력이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그 innovation award는 Therapeutic area에서 자사의 제품을 더욱 알리거나, 고객을 더 많이 engage 하기 위한 innovative 한 idea를 제출하고, feasibility와 impact을 평가해서 해당 idea를 실현할 수 있도록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었다.

COVID19으로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engage 하기 어려워진 시점에 특정 암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online platform을 만들겠다는 idea로 수상에 성공한 팀장은, 인도에 위치한 3rd party와 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계약을 맺었고 업무를 1/3 정도 진행한 시점에 출산 휴가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일은 나에게 고스란히 떨어졌다. 팀장과 함께 idea를 내고 상을 수상한 medical 직원이 있었지만, 수상의 기쁨과 혜택은 한껏 누리고, 실제 execution과 관련된 머리 아픈 일들은 내 차지가 되었다.

이 플랫폼은 이제 잘 되어도 내 덕은 아니고(팀장의 업적이니), 못 되면 내 탓이게 된 것이다.


그전까지 나는 3rd party라고는 한국 agency만 써봤고, mobile에서도 구동이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첫 한 달 정도는 어떻게 미팅이 굴러가는지, 업무가 어떤 식으로 진척이 되어 가는지를 지켜보는데 집중했다.

외주를 준 인도회사 A는 때때로 나에게 작업물이나 process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일단은 군말 없이 기한 내에 feedback을 주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조금 이상했다. 내가 열심히 피드백을 주어도, 그다음 주 팀 미팅에 A회사의 작업물에는 내 피드백이 그다지 반영되지 않았다. 다시 똑같은 피드백을 주고, 언제까지 반영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인도 Project mangager와 개발자들은 다음 미팅까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을 때, 불현듯 불안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를 바보로 아는 건가..? 내 말을 무시하는 걸까?'

'아니면.. 이 회사는 혹시 이 작업을 완성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좋게 좋게 말하니까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걸까?'

매월 review&retro를 진행할 때마다 progress가 없는 상황과, delay 되는 timeline에 대해 issue를 재기했지만, 그들은 최종 deadline까지는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


세 달이 되는 시점, 나는 처음으로 각 잡고 불만을 토로했다.

내가 좀 더 영어로 고급지게 돌려 까는 표현을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나는

3개월째 제자리인 project를 보며'This is insane... '이라고 말했다.


그제야 A회사의 담당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꺠달았는지 다음 미팅에 A회사의 CTO를 대동했다.

조목조목 이러저러한 상황을 짚고 이 정도면 지금 계약 위반이 아니냐고 묻자

CTO가 알아듣기 힘든 인도 영어로 말했다.


"우리 개발자가 12명인데, 지금 2명 빼고 다 코로나에 걸려서 개발이 늦어지는 거야"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1%라도 사실일 수 있는 CTO의 변명을 듣고 환자를 생각하는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인 나는 상황이 그럴 경우 제때 고지하고, 대신 그럼 timeline이 어떻게 업데이트되어야 할지, A회사의 상황으로 늦어진 것이니 가격 조정을 하거나, 혹은 추가 서비스 제공에 대해 제안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할 뿐 차마, "거짓말하지 마. 변명하지 마."라고 말하지는 못했다.


근 6개월을 인도 사람들과 일하며 얻은 교훈은,

편견일 수 있지만.. 인도 사람들의 말은 10%만 믿을 것 (특히나, 계약이 성사되기 전에 하는 말들은 90%는 부풀려진 뻥일 수 있음). Deadline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작업일수록 조금 돈이 더 들더라도.. 인도 회사 말고 다른 회사와 일할 것. 그것이 정신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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