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차]6. 그렇게 쑤시고 다니지 마세요

또라이와 일하며 깨달은 것들

by 벨라홍


남이 싼 똥을 치우기 위해 투입된 나의 과거 line manager와 내가

똥 싼 사람들은 모두 떠나가고 무기력한 상태의 팀원들과 한 첫 번째 미팅을 가졌을 때였다.


문제가 되었던 계약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회사 내의 부서 담당자도 함께였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계약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기관과의 계약을 담당하는 담당자인 A 뿐이었다.


팀장과 내가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녀의 도움이 절실했다.


이 계약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을 법한 사람들은 행여나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봐 그런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뭘 알아야 해답이 나올 텐데.. 너무나 막막했다.

일단 팀의 core mebmer이자, 향후 재계약도 함께 일해야 하는 A에게 현재까지의 상황과,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A는 엄청난 냉기를 뿜어내며, 모든 말을 쏘아붙였다.

미팅에 그 누가 참여하든, 초지일관 짜증과 분노가 섞인 태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또라이 짓을 모든 사람 앞에서 공평하게 보여주었다는 것. 사람을 가려서 보여주었다면, 억울한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었을 텐 모두가 그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공감해 준다는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A님, 과거 계약서는 어디에 있을까요?"와 같이 정말, 기본적이고 내가 새롭게 팀에 join을 해서 모를 법한 질문, 답하는데 얼마 걸리지도 않을 질문에 그녀는

"찾아보시면 다 나와요"라고 밑도 끝도 없는 답을 해 대기 일수였다.


그 당시 계약을 회사가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파악하고자 하는 조금 더 복잡한, 파고드는 질문을 던지기라도 하면,

'그것도 모르냐'는 눈빛으로 '몰라요'를 시전 했다.

아니, 내가 그 계약을 한 것도 아니고...

사람을 자꾸 작아지게 만드는 그녀의 면박을 두 세 차례 당했을 때였다.

이렇게 지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내부 직원과의 소통과 시답잖은 감정싸움으로 업무가 진전되지 않을 것 같아 내가 먼저 다가가기로 했다.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하기에는 쏘아붙이는 그녀의 눈빛이나 사람을 작아지게 만드는 고압적인 태도에

기가 눌려 엄두가 나지 않았기에 나는 그녀가 아주 단답형으로 성의 없이 보낸 메일에, 회신을 했다.

답변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초반에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질문을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똑같은 질문은 다시 반복하지 않을 거다. 우리 같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팀이니까, 서로 잘해보자.


와 같은 내용이었다.


회사 와서 이런 메일을 쓴 건 또 처음이었다.

그러나 나의 길고 감성적인, 잘해보자는 메일에 그녀는 한 문장짜리 메일을 회신했다.

"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아, 이 사람은 내가 굳이 노력과 공을 들일 필요가 없는 사람이구나. 나는 먼저 다가가고 싶다는 노력을 먼저 했으니, 이제 이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은 나의 몫이 아니라 그녀의 몫이다.'

그리고 더 이상 그녀와 억지로 가까워지려 하지 않았다. 그런 일에 쏟을 시간도 힘도 없었으니..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팀 모두가 모인 회의 자리에서, 그녀의 인간성이 바닥을 드러냈다.

초반에 그녀에게 적잖이 질문을 하고,

도움을 요청했었던 팀장은 그녀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그녀가 아닌 다른 부서 사람들을 통해 최대한 상황 파악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책임자인 팀장으로서,

팀장의 행동은 당연한 것인데 A는 자신에게 묻지 않고

다른 팀에게 질문이나 조언을 구하는 팀장의 모습에 화가 났었던 것 같다.

팀 미팅 말미에, 그녀가 모든 팀원이 다 있는 앞에서 팀장에게 불만을 얘기하다 말미에

그렇게 쑤시고 다니지 마세요
.


순간 정적이 흘렀다.

회사를 다니면서.. '쑤시고 다닌다'는 표현은 또 처음 들었다.

그리고 그걸 실제로 입 밖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뱉는 사람은 정말 처음 봤다.


나는 여전히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

말도 못 붙이는 아우라를 뽐내며 빈정과 짜증을 숨 쉬듯 내던 그녀가,

질문만 하면 사람을 한심하고 멍청한 존재로 취급해 버리는 그녀가,

정작 자신에게 질문하지 않아서 화가 났다니..

그럼 그 수모와 감정적인 소모를 견뎌내고 본인에게 계속 다가오길 바란 것일까?

두 같이 월급 받고 일하는 처지에 누군가는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까지 해야 하는 걸까?


나라면 저 상황에서 뭐라고 반응해야 할까?

화를 내야 할까? 다그쳐야 할까..?

아니, 나라면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하지 못 한채 씩씩댔을 것 같다.

그러나 팀장은,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이었다.

'A님, 다시 얘기해 보세요. 쑤시고 다닌다고요? 그 말 굉장히 불편하네요'


팀장은 격앙된 목소리가 아닌, 매우 단호한 목소리로 A가 내뱉은 낯 뜨거운 그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며,

자신의 분노를 불편함으로 포장해 전달했다.

만약 팀장이 목소리를 높여 혼을 냈다거나, 비슷한 수준의 반응을 보였다면,

거기 있는 팀원은 그날의 모습을 'A와 팀장이 싸운 날'로 기억했을 것이다.

그러나, 팀장의 대응은 '미친놈 A가 만인의 앞에서 본인의 인간성의 바닥을 드러낸 날'로 기억되게 만들었다.


또라이와 함께 일하며 아래 두 가지는 확실히 배웠다.

1. 회사에서 감정적으로 절대 굴지 말자는 다짐

2. 또라이의 또라이짓에 같이 또라이 같은 반응을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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