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8. 회사 홍보 포스터 모델을... 내가?
심각한 날들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어느 날, 회사 전사 이메일로 '홍보 포스터 모델을 모집한다'는 메일이 왔다.
신입사원 채용 시에 활용되는 홍보 포스터 모델을 사내 직원 대상으로 모집하며, 스스로 지원하거나 추천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관심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생각에 자고로 '모델'이라고 한다면 연예인처럼 예뻐야 하기 때문에 나를 표현하는 형용사는 "예쁘다" 보다는 다른 형용사들일 것 같아 선뜻 지원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웬걸, 영업소 소장님이 나를 추천하셨고, 정말로 내가 1년 남자 후배와 함께 신입사원 모집 홍보 포스터 모델에 선정되었다.
모델료는 50만 원이었는데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화면발이 잘 받을 수 있도록 하얀색 재킷(정장)을 구매하고, 당일에 연예인들이 받는 메이크업을 받았다. 생각해 보니 모델료보다 지출이 더 컸던 것 같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컸지만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추억이니, 아쉬울 것은 없다.
다만, 사진을 찍는 순간 나는 너무나 곤욕스러웠다.
나는 카메라에 사진이 찍히는 그 순간을 너무나 어색해하는 사람이다.
평소에는 잘 웃지만 갑자기 카메라를 들이대면 갑자기 얼굴이 굳는다.
웃는 표정을 지어야지 하는 생각에 입꼬리를 올리면 입꼬리와 내 볼은 경련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도 어색한 나 때문에 그날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었으리라..
결과물은 그래도 내 표정 때문에 작가님이 고생하신 것 치고는 잘 나왔다.
다만 10년 전 포스터니 지금 보면 촌스럽기 짝이 없었다. 실제 채용 박람회에 걸려 있는 포스터를 회사 동기가 찍어 보내줬을 때 나는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다. 2년 차 직장인으로 뭔가 프로페셔널해 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긴 머리를 짧은 단발로 싹둑 자른 나의 모습은 지금의 나 보다 좀 더 나이가 들어 보인다.
한동안 내가 아는 친구들이 그 포스터를 봤을까 봐 마음을 무척이나 졸였었다.
아직도 결과물은 고이 내 드라이브에 저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