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책임과 의무
남편은 언제나 애정 표현에 갈급했다.
항상 몸의 일부 어디든 닿아 있기를 좋아했고, 다짜고짜 몸을 만지고 슬라임처럼 주무르는 것을 좋아했다.
텐션 높은 사람이다 보니 손 힘이 억세고 거칠어 피부가 아프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아 수치심이 든다고 어르고 달래고 화를 내도 본인은 와이프에 대한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고, 남들도 다 이렇게 산다며 이게 또 재미있다는 듯 깔깔 웃고 넘어갔다.
나는 이성적인 대화가 쉽지 않고 너무 어린아이 같은 남편을 성인 남자로서 받아들이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처음엔 우스갯소리로 "내가 큰아들을 키운다."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저녁 내내 혹은 주말 내내 남편의 텐션까지 감당한 육퇴의 밤이 되면 정말 심신이 너덜너덜해 침대에서 물 먹은 솜 상태가 되어 늘어져있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체력적인 여력이 없기도 했지만, 나의 매몰찬 거절로 부부관계는 점차 줄어들다 아예 완벽하게 멀어진 섹스리스 부부가 되었다. 남편은 힘들어하며 애원도 하고 화도 내며 관계를 요구했지만, 나는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회복되지 않은 채 그 행위를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진격의 스킨십이 우선이 아니라, 같이 앉아 기대기도 하고 토닥이며 그날의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다급한 남편은 무슨 플라토닉이냐며 짜증을 내다 아예 내 곁에 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네 옆에 안 가주잖아.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잖아! 전부 다!"라고 자주 분노했다.
섹스리스가 된 건 내 잘못이 맞다.
배우자와의 부부관계를 지속적으로 거절하는 것은 부부의 기본적인 책임과 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스킨십 자체에 거부감이 있거나 극단적인 무성욕자도 아닌데, 행여 내키지 않더라도 노력하고 의무를 다 했어야 했다.
우리는 누구도 한 발씩은 뒤로 물러서 적정선을 조율할 노력을 하지 않았다.
둘 다 조금의 존중도 양보도 없이, 똑같이 "모 아니면 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