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리 쉬운 일인가
남편은 눈치와 센스는 없지만 대략 착했다.
다정한 공감이나 위로가 되는 깊은 대화는 없었지만 늘 일에 치여 지쳐있고 예민한 나를 받아주었다.
하지만 어디에나 틈새는 벌어지게 되어 있다.
남편은 댄스, 트로트, 락 등 비트있는 음악을 귀가 울리도록 듣고, 동시에 음량을 한껏 올린 TV를 켜고는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게임을 하는 것이 일상의 취미였고, 현재도 한결같다.
해 잘 드는 남향집에 햇살이 쨍쨍한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드나드는 곳마다 모두 불을 켜고 끄지 않으면서
- 밝게 살자.
- 너의 생활은 너무 어둡다.
- LED는 전기세도 많이 안 나온다.
- 이게 뭐라고 잔소리냐.
- 소탐대실이다
라는 짜증섞인 말들이 화살처럼 날아왔다.
나는 고요함 속에서 회복을 하고 안정을 찾는다.
동시에 여러가지를 하기 보다는 하나씩 하는 편이다.
“대충”이라는 말을 싫어하고, 권고와 규칙은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래야 편안하다.
나는 생리전 증후군의 하나로 만성적인 편두통이 심한데, 의학적으로 굉장히 교과서적인 여러 증상들로 오랫동안 일상 생활이 어려웠다.
빛에 눈이 찔리고 빠지는 듯한 통증, 소음에 고막과 머리가 흔들리고, 냄새에도 예민해지며, 어지러움과 울렁거림으로 며칠은 자리에 누워 지내면서 음식을 잘 먹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하거나 구토를 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증상들이 아주 전형적인 편두통의 증상이라는 것과, 나에게는 주기에 따른 생리전 증후군 중 하나라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 (덕분에 적절한 치료와 관리로 현재는 컨디션이 매우 좋아지고 삶의 질이 올라갔다.)
이전에는 스트레스와 예민한 성격 탓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아파오면 남편은 “예민병이 또 시작”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내 어려움이 예민함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남편도 이제는 들어 알고 있지만, 몰랐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은 없다. 표현하진 않지만 마음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좀 해주려나.
(물론 딱히 기대는 없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