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가넷 더 브릴리언트
Dec 01. 2024
제가 했던 수많은 이혼재판들 중에서 유난히 기억나는 사건들은, 대부분 가정폭력에 관한 것들입니다.
가정폭력은 법원에서도 매우 중한 이혼의 사유로 보고 있고, 가정폭력에서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도 나름 잘 구축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은 흔히 벌어집니다. '가정'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벌어지는 폭력들은 그 특성상 1)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2) 피해자가 회피하기 어려우며, 3) 직접적인 피해자 외의 다른 가족들에게도 매우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가정폭력에는 물리적 폭력은 당연히 포함되고, 반복되는 폭언이나 협박, 욕설 등도 포함됩니다. 예전에는 가족들 사이의 욕설이나 폭언이 "부부 사이에서 그럴 수도 있지."라는 관점 속에서 어느 정도 묵인되었다면, 요즘은 다행히도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법원에서도 가족 사이의 언어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정폭력은 일반적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발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거에는 입증자료가 부족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카카오톡, 통화나 대화의 녹취록, 문자메시지, 블랙박스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하여 폭력의 정황이 기록됩니다. 그리고 그 자료들은 법원에 제출되고, 법관 앞에서 현출 됩니다.
이러한 기록들을 검토하다 보면, 가장 아껴줘야 할 가족들에게 이러한 행동을 하고, 이러한 말을 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 일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긴장될 때도 있습니다. '가족들에게 한 것처럼 그들의 대리인인 나에게도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닐까? 재판 마치고 나에게 달려드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마치 사리분별 못하는 괴물 같은 형상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정말 흥미로운 것은 기록 속에서 가족들에게 온갖 폭언과 협박, 욕설, 위협을 하던 이들이, 법원에는, 세상에서 가장 초라하고 약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저렇게 작고 보잘것없는 사람이, 밖에서는 저렇게 정상적인 것처럼 구는 사람이, 가정에서는,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그렇게 폭군처럼 굴며 가족들에게 상처를 줬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제 의뢰인인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바라봅니다. 경찰에 가정폭력 사건을 신고하면 경찰은 피해자들에게 일종의 쉼터를 제공할 때도 있습니다. 그 쉼터의 주소는 대리인인 제게도 제공되지 않습니다. 자기의 생활근거를 떠나서 아직 어린아이를 데리고 쉼터로 들어가는 사례도 여러 번 봤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들으면,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제 마음도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집니다.
가정폭력은 정말 심각한 상처를 남깁니다. 피해자와 그 자녀,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들까지, 인생 전반에 길게 그어지는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결혼하기 전에 반드시 배우자의 폭력성향을 확인하여야 합니다. 결혼하고 나서는 너무 늦습니다. 그 충격은 인생 전반을 흔들어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