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가넷 더 브릴리언트
Nov 24. 2024
이혼재판은 변호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접하기 쉬운 재판이면서, 동시에 까다로운 재판이기도 합니다. 법리도, 판례도, 재판 방법론도 상당히 잘 정립되어 있고, 정해진 루틴을 따라가면 정리되는 사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냥 쉬운 사건이냐고 묻는다면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그랬습니다.
왜 이혼 사건은 쉽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이혼 사건만큼 감정이 폭발하는 사건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혼은 본질적으로 감정적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됩니다. 밑도 끝도 없는 감정의 추락입니다. 그뿐일까요. 그 둘 사이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엮여 있습니다. 자녀, 재산, 양가 부모들, 지인들. 이혼 사건은 부부 사이의 국지전투에서 양가의 전면전으로 확대되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사자들은 생각보다 덤덤한데, 양가 부모들이, 형제들이, 친척들이 더 이를 갈 때도 있습니다.
이혼 사건을 수행하는 변호사의 사무실을 웃는 얼굴로 방문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떠나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당사자들의 스트레스가 넘쳐납니다. 원하는 것을 모두 얻어낸 경우라고 해도, 이혼 사건의 처음과 끝은 항상 무겁습니다. 결혼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상처들을 재판을 통해서 서로 들춰내고, 이에 대하여 변명하거나 역공을 가하는 과정을 몇 번 거치고 나면, 승자에게도 아픔이 남습니다.
이혼재판은, 함께 생활을 같이 한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재판이기 때문에, 양 측에 제공할 수 있는 자료가 다른 유형의 재판들에 비해서 상당히 방대한 경우가 많습니다. 재산 분할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는 상대방 배우자의 은행 계좌들을 상세히 분석하는 경우도 많고, 부부 재산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형성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메시지 전송내역, 녹취록 등 대화 자료도 차고 넘칩니다.
그래서 이혼 법정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습니다. 제 의뢰인도, 상대방도 속으로 울고 있고, 힘들어하고 있을 테니까요. 이 글은 이러한 이혼재판의 풍경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