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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넷 더 브릴리언트 Dec 04. 2024

내 눈을 의심해야 했던, 계엄령의 밤

저는 법학을 공부할 때 다른 법학과목보다 헌법을 좋아했습니다. 헌법을 보면 역사가 보이고, 사회가 보이며, 우리가 보호해야 할 가치들(표현의 자유,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이 보이거든요.


제가 우리 헌법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들은, 우리 헌법은 민주주의와 개인의 권리 및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나름 세심하게 발전해 왔다는 것입니다.


물론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또 한 편으로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헌법 체계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에는 당연히 시민들의 희생이 묻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헌법의 가치를 시민들이 피를 주고 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 손으로 민주주의를 일궈냈고, 그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제 목격한 것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장면이었습니다. 특수부대원들이 국회를 폐쇄하기 위하여 국회에 진입하는 장면을 보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깊게 숙이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선배 시민들이 피를 흘려서 산 민주주의가 폭력 앞에서 무너지는듯한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참담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한국의 국회 시스템과 시민사회, 군 장병들의 수준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탁월했고, 이를 통하여 6시간의 계엄령의 밤은 큰 희생 없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그곳에 있던 모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엄사령부의 제1호 포고령을 다시 보면, 대통령의 계엄령 담화를 처음 듣던 그 순간의 아찔함이 다시 떠오릅니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다고 해도, 국회 의결을 통하여 그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장치를 헌법 규정으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국회에서 출석 의원 190명의 만장일치로 계엄령을 해제한 바로 그 규정입니다. 입법부를 통해 대통령의 횡포를 견제하려는 헌법의 강력한 의지입니다.


그런데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 1. 은 첫 단어에서부터 국회의 활동을 금지합니다. "국회의 활동을 금한다." 즉, '국회를 통한 대통령 계엄령 선포 권한의 견제'라는 헌법의 의지를, 포고령의 첫 시작점에서부터 완전히 무너뜨리려는 것입니다.


이는 계엄에 대한 국회의 견제를 애초에 차단하기 위하여 철저히 의도된 것으로서, 우리 헌법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해석됩니다.


그래서 1) 포고령 제1호는 시작부터 위헌이고, 2) 이를 포고하고, 특수부대를 국회에 투입한 계엄사령부도 위헌이며, 3) 이 모든 상황을 계획한 대통령 및 그 부역자들의 행위도 모두 위헌입니다.


행정부의 수장이, 군부대를 동원해서, (헌법에서 보장한 바가 없는) 입법부의 기능 정지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바로 헌법에서 상정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사태입니다. 그리고 독재 및 국민 기본권 제한의 분명한 시작점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법률가 입장에서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는 가장 참담하고, 마음 아픈 일입니다. 부디 이 사건을 통하여 우리 민주주의가 다시 한번 한층 더 건전하고, 견고하게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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