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가넷 더 브릴리언트
Dec 17. 2024
회사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일을 하는 건지, 일이 나를 움직이는 건지
도무지 분간이 안 가는
비몽사몽 한 상태가 될 때가 있습니다.
판단해야 할 일들은 많은데,
피로는 밀려오고,
검토해야 할 문서는 산더미인 상태
이렇게 일을 하다 보면, 퇴근한 후에도
업무의 감정적인 여파가
지친 나를 잠식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나를 불태워가며
일을 한다고 해도
그 일은 결국 나의 일이 아닙니다.
내 이름은,
업무를 위한 보고서의 한 페이지에
작성자 또는 중간 결재자의 한 명으로
남아 있을 뿐이고,
설령 최종 결재자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은 업무가 더 높은 곳에서 진행되기 위한
중간 과정일 뿐입니다.
회사에서의 일의 본질은 이런 것 같습니다.
나는 내 열정과 시간을 들여서
일에 매진했지만
그 일은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리고
남은 것은, 지나간 시간과
급여 통장에 찍힌 급여 숫자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허탈하고 지칠 노릇입니다.
결국 사라질 이 모든 일들을 위하여
내가 들인 그 노력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물론 일을 통해서 나와 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놀라울 경험을
몇 차례 하게 되기도 하며,
그 경험이 어떻게 보면,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회사에서의 일은 본질적으로
남의 일입니다.
그리고 그 일들은,
내가 원하고 정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회사에서 정의 내린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즉, 회사에서 일을 대할 때는,
나의 세계에서 결과 지어지는
나의 일이 아닌,
나와는 철저히 구분된 타인의 세계에서
그 세계의 원리에 의하여 작동되는
타인의 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적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