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넷 더 브릴리언트 Dec 03. 2024

창업자의 집념과 광기에 관하여

우리 회사는 창업자가 CEO입니다. 아직 40대 중반에 불과한 나이답게 CEO임에도 온갖 실무에 직접 들어가서 진두지휘를 합니다. 기획, 마케팅, 재무, 물류, 인사까지.


사실 이 회사 보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기업 경영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라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에게도 맡겨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뜬구름 잡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최선임 실무자 중 한 명으로서, 창업자인 보스와 함께 일을 몇 년간 해보니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와, 이건 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요? 그건 창업자의 엄청난 업무 밀도와 에너지, 집요함을 바로 옆에서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살지" 이런 생각을 한 게 사실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업무 밀도의 측면에서 보면, 저희 회사의 보스는 팀장들이 가지고 오는 여러 복잡하고 민감한 현안들을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처리합니다. 각 팀에서 몇 시간, 또는 며칠 동안 고민해서 올린 보고서를 그 자리에서 바로 검토하고, 이해가 안 가는 내용은 실무자를 불러서 들어보고, 이슈 파악이 끝나면 그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바로 제시합니다.


제가 여러 번 깜짝 놀란 부분은 그 이해력과 판단의 속도입니다. 각 팀에서 올린 복잡한 보고서 속에서 의사결정권자의 최종 결정이 필요한 지점, 그리고 그 지점과 관련된 핵심 인물을 순식간에 파악하고, 그에 대한 매우 전략적인 판단 2개~3개 정도를 그 자리에서 제시합니다.


1) 업무의 시작과 끝, 2) 일의 목적, 3)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역학 관계, 4) 동원 가능한 회사의 자원, 5)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면서, 현실적이면서도 입체적인 몇 가지 수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그 수는 경우에 따라서는 한 번의 액션으로  여러 가지의 효과를 도출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인재를 특정 팀에 상향 배치함으로써, 그 인재에게는 진급이라는 보상과 트레이닝을, 해당 팀에는 역량 강화를, 해당 팀에 소속되어 있던 문제 인력에게는 경고 또는 견제를, 정체되어 있던 회사 분위기에는 자극을 주는 등의 여러 효과를 동시에 가져오는 것입니다.


회사의 보스는 이런 의사결정을 하루 종일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안건에서 의사결정 한 번 미스 나면 몇 억 원씩 날아가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이러한 수준의 중요한 판단을 매일 30분 단위로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미팅과 보고서 검토를 반복하여 진행합니다.


이런 판단의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체력입니다. 저희 회사의 보스는 20대 남자 직원들까지 통틀어서 저희 회사에서 체력이 가장 좋은 편입니다. 최고 수준의 트레이너들로부터 훈련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자기가 직접 추진한 업무는 어지간해서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추진 과정에서 돌부리에 열 번, 스무 번 걸리는 것 같은데 그래도 온갖 우회로를 찾아서 길을 만들어 갑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데, 보스는 합니다. 그야말로 처절하게 일합니다.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옷을 입지만,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정말 처절하게 싸워가며 일합니다.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렇게까지 일하지?"라고 속으로 생각한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이렇게 일하다가 그래도 정말 안 되는 지점, 즉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종국적인 결론에 도달했을 때, 낙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플랜 B나 플랜 C로 전환하는 에너지입니다. "결국 실패했습니다."라고 보고했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5분 정도 고민하더니 "그럼 다른 준비된 자료 가지고 와 보세요." 하더니 바로 거의 비슷한 에너지로 다른 루트를 찾습니다.


이런 집중력과 회복력을 보면, 그야말로 괴물이다 싶고, 광기다 싶습니다. 이런 사람이 창업을 하고, 자기 회사를 크게 키우고, 남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을 만지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