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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넷 더 브릴리언트 Nov 30. 2024

입사하면 인맥 지도부터 만들자

전 만 37세에 새로운 회사에 이직했습니다. 이직하고 나서 한 달 정도는 업무가 별로 없었습니다. 저는 이미 다른 업계에서 실무 경험을 10년 가까이 쌓은 상태여서 바로 실전에 투입될 수 있었지만 회사도 제 간을 보는 시간이 필요했나 봅니다.


남는 시간이 많아서 제가 제일 먼저 한 것은 회사 구성원들의 이름, 사번, 부서, 직책을 외우는 일이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사번이 입사 순서로 매겨져서 사번을 외우면 대강 저 사람 동기가 누군지, 근속기간이 얼마인지, 근속기간 대비 직책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대강 보였습니다. 이런 정보들을 해당 팀의 다른 팀원들의 정보와 대조해 보니 더 입체적인 정보가 나왔습니다. 팀 내의 역학관계, 회사에서 밀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런 정보도 어느 정도 읽혔습니다.


이런 정보를 사보와 제가 열람이 가능한 자료들을 대조하여 읽어보니 또 다른 세계가 보입니다. 이 사람이 여기에서 이런 일을 하는구나. 이런 성과를 냈구나. 이런 사고가 터지면 이 사람들이 들어가는데 연차 대비 투입 빈도가 높은 거보니 실력이 있나 보다. 기억해 두자.

 

입사 한 달 후에 다른 부서, 또는 임원들과 미팅을 하는 자리가 조금씩 열립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저는 이직한 지 얼마나 안 되는 사람이어서 뭘 모를 거라 생각하지만 전 그 미팅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공개된 정보들을 이미 다 숙지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사번까지 다 외우고 있었습니다.


미팅에서 다른 팀 이야기하다가 그 팀 업무 담당자들이 누구인지 다들 헷갈려할 때 제가 먼저 말해준 적도 몇 번 있습니다. 실무자들은 "쟤가 저 걸 어떻게 알지?" 놀라는 눈치고, 임원은 눈빛이 반짝입니다. "가넷 씨는 모르는 게 없네요." 그리고 반년 후 그 임원은 해외 투자 업무 파트너로 저를 찍어서 데려갑니다.


이렇게 회사의 인적 자원에 대한 구조도를 만들어 두면 일을 할 때 편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정보가 필요할 때 누구에게 찾아가면 되는지 보이고, 다른 팀 업무 협조가 필요할 때 누구를 피해야 하는지와 누구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보이며, 어느 부서의 업무가 막혀 있고, 어느 부서가 치고 올라가는지가 보입니다. 남들이 주는 정보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내가 정보를 창출하고 그 정보를 오히려 남들에게 제공하여 나를 브랜딩 합니다.


회사의 인적 구조에 관심 있는 사원을 싫어하는 임원들은 없습니다. 물론 이걸 단순 가십으로 소비하거나 사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속셈이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회사의 공식적, 비공식적 구조를 알기 원한다면 이건 손뼉 쳐 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 내부의 인간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합니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그 사람들이 얽히고설킨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야 말로 효율적인 협업의 첫 시작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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