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새날

명절 증후군

by 윈서



오랫동안 꼭 종이 한 장 살에 베이는 거슬림이 시작되었지

대답을 거르거나

못 들은 척하거나

건성으로 답하거나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슬쩍 흘려놓았지

약을 바르자니 엄살 같고

무시하자니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사람들은 내게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운다고 곁눈질을 해댔지

아무도 대답을 거르거나, 못 들은 척했던 사람을 탓하지 않았어

건성으로 답하거나, 싫어하는 이야기를 내 앞에 늘어놓았던 사람을 질타하지 않았어


눈은 잔뜩 눈물을 머금었는데

눈은 잔뜩 눈물을 머금었는데

떨어질까 깜빡이지 못하고 있네


커져가던 거슬림이 눈 밭에 구르더니 풀 스윙으로 날아들어왔지

드디어 나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견딜 수 없다며 소리 내어 울었어

단전에서 짐승의 소리가 들려

꺼이꺼이꺼이 짐승의 소리가 들려


갑자기 휘슬이 울리고

"중립!"

모두 옳고 그름의 문제를 편의 문제로 해석해 버리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어

나를 버려야 나는 혼자가 아니다


눈은 잔뜩 눈물을 머금었는데

눈은 잔뜩 눈물을 머금었는데

떨어질까 봐 깜빡이지 못하고 있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는 나의 선언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미안해한다는 이야기

모두들 내가 이해할 차례라며 어깨를 툭툭치고

답을 정해 주었어


눈은 잔뜩 눈물을 머금었는데

눈은 잔뜩 눈물을 머금었는데

떨어질까 봐 깜빡이지 못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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