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애보로 탄생된 '타지마할'
아그라(Agra)를 방문하는 이유는 대부분 하나다.
지고지순한 순애보가 만든
최고의 걸작이자,
인류 최대의 민폐 작인
'타지마할'을 보기 위함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 바라나시(Varanasi)를 예정대로 떠난 이유도 이와 멀지 않았다. 타지마할을 보려는 사람이 많은 만큼, 바라나시에서 아그라로 오는 기차는 늘 만석이기에 기차표를 변경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젊은 몸뚱이를 믿고 무리해서 아그라로 떠났다.
타지마할 하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떠오른다. 인도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데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타지마할에서 촬영 허가를 내 준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이기 때문. 타지마할은 영화 초반에 등장한다. 주인공 꼬마 자말은 타지마할에서 가짜 가이드 노릇을 하며 푼 돈벌이를 한다.
아는 게 없는 만큼 제대로 된 설명을 할 턱이 없었다. 400년 전 죽은 황후를 두고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설명했고, 이에 미국인 관광객이 "아이를 낳다 죽은 거 아닌가요?" 묻자 천연덕스럽게 "아이를 낳으러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었어요"라고 대답한다. 타지마할 인근에 넘쳐나는 가이드들과, 타지마할 최고의 포토제닉이었다던 다이에나비의 얘길 섞어 나온 스토리다.
타지마할은 애처가로 유명했던 무굴제국의 5대 황제, 샤자 한의 순애보 때문에 지어졌다. 너무 사랑해서 전쟁에도 모시고 다녔던 뭄타즈마할 부인이 14번째 출산을 하다가 세상을 뜨자 이듬해 지상 최대 무덤을 짓기 시작했고, 2만 명의 노예를 고용해 22년 만에 지금의 타지마할을 지었다.
당시 최고의 건축가들을 불러들여 주변국 금은보석들을 사들여 만들기 시작했는데 완성되고선 그들의 손목을 잘랐다. 이보다 더 훌륭한 건축물이 나와선 안된다는 이유로.
샤 자한 본인도 부인 묘 마준 편의 검은색 타지마할을 세우려 했지만, 22년 간 혈세와 국민의 땀과 피를 낭비한 죄로 아들에 의해 왕좌를 뺏겼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타지마할이 보이는 아그라성에서 여생을 보냈고 부인 옆에 묻혔다.
건축물에 그다지 관심 없는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라면, 숙소 선택에는 조금 욕심을 내자. 후미진 곳에 위치하더라도 테라스나 루프 탑에서 타지마할을 감상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이 글은 2014년 12월에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