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Stor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리크매거진 Sep 02. 2020

청년들의 작은 도시, 맹그로브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코리빙 하우스

에디터. 장경림 사진. 김재훈, 최진보 자료. 엠지알브이, 티알유 건축사사무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함께 한다는 의미를 지닌 접두사 ‘co-’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만큼 다양한 산업 분야에 공유 개념이 적용되는 중이다.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떠오른 코리빙co-living과 코워킹co-working은 혼자서는 온전히 갖추기 힘든 양질의 환경을 나눠 지불하고 함께 누리는 것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도 갖고 있다.


ⓒTRU Architects


함께 ‘해야만’ 하는 세대

대도시의 집 값은 부모로부터 막 독립한 사회초년생이 온전히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청년층의 주거 빈곤이 사회 문제로 부상했을 정도다. 통계청이 발표한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전국 빈곤 가구 비율은 꾸준히 감소한 반면, 서울의 1인 청년 가구 중 빈곤 가구의 비율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떠안은 학자금 대출에 주거 비용까지 더해져 사회에 발을 내딛자마자 빚과 스트레스를 짊어진 청년들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겁다. 그러나 고비용을 지불하고도 누리는 주거의 질은 너무나 열악하다. 어쩌면 그들에게 공유란 생활의 질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대안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MGRV


사회 문제를 바라보다

이러한 청년 주거 문제에 주목하고 해결책을 찾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디벨로퍼developer가 등장했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맹그로브mangrove’를 선보인 엠지알브이MGRV다. ‘임팩트 부동산’을 지향하는 이 회사는 코리빙의 장점을 접목한 청년 공동 주거를 기획·운영하고, 청년들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튼튼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 첫 결과물인 맹그로브 1호점을 찾아 새로운 청년 주거 인프라와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고 있는 현장을 만나봤다.


ⓒTRU Architects


구도심에서 첫 발을 내딛다



맹그로브가 처음 발을 내디딘 곳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숭인동이다.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지어진 건물인 만큼 교통 및 주변 환경은 무시할 수 없는 입지 조건이었다. 숭인동은 강북에 위치한 대학가와 업무 지구가 밀집된 종로 인근에 위치해 짧은 시간에 서울 내 핵심 상권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지하철역에서 가깝고 주변 버스 노선이 다양해 편리한 교통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선정의 배경이 됐다.

숭인동은 2014년부터 서울시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돼 지속적인 변화가 이뤄지는 동네다. 전면 철거와 재개발 대신 봉제 산업의 중심지였던 과거의 역할을 되찾고, 역사 유산을 시대에 맞게 재구성해 활기를 띠고 문화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근처 숭인근린공원이 있고 옥상에 올라서면 남산과 빈틈없이 들어선 건물들을 보며 서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도 고려점이 됐다.


ⓒBRIQUE Magazine


최소의 방, ‘ZONE’으로 구분 짓기



개인의 면적을 조금씩 떼어 양질의 공동 공간을 함께 누리는 것은 일반적인 공유 주거의 특징이다. 그렇지만 방 하나는 독립된 집 역할을 하기에 방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공유 주거의 생활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개인의 영역이 충분해야 타인과 함께 하는 여유도 생기는 법. 작아도 답답하지 않은 방을 위한 건축가의 해법은 공간 분리였다. 작은 방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모든 세대 안에 오직 1인을 위해 제작된 맞춤 가구를 배치했고, 역할에 따라 공간의 구획을 나누었다. 방 안에서도 기능부와 휴식 공간을 가구를 통해 적절히 나누어 한 명이 사용하기에 군더더기 없는 효율적인 방 구조가 탄생했다.


가구를 통해 휴식 공간과 기능부로 방의 영역을 나누었다. ⓒBRIQUE Magazine


골라서 살아보자, 3TYPE ROOM



한 명을 위한 ‘스튜디오 룸’, 두 명이 함께 ‘더블 스튜디오 룸’

맹그로브는 세 가지의 타입의 방으로 구성된다. 4층부터 6층에는 방 하나에 샤워실과 화장실이 들어있는 1인 스튜디오 룸, 2인이 한 개의 샤워실과 화장실을 공유하는 더블 스튜디오 룸이 있다. 특히 주목해볼 곳은 더블 스튜디오 룸이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던 공유 주거 타입으로 일종의 실험과도 같은 방이다.


두 개의 개인실 사이에 샤워실과 화장실을 두어 공유하는 형태로,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개인 생활을 보장받으면서도 함께 사는 생활이 가능하다. 한 사람이 두 개의 방을 모두 사용하며 한 곳은 사무실로, 다른 곳은 침실로 쓰는 홈 오피스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가족과 동거의 형태가 다양해졌고, 리모트 워크 근무 환경을 흔히 볼 수 있는 이 시대 변화한 사회의 모습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방을 구성했다. 누가 이곳에서, 어떤 형태로 살게 될지 그 모습이 궁금해진다.


스튜디오 룸 타입 ©MGRV(좌),    맞춤 가구를 통해 휴식 공간과 기능부로 방의 영역을 나누었다. ⓒBRIQUE Magazine
더블 스튜디오 룸 타입 ©MGRV(좌),   더블 스튜디오 룸 ⓒBRIQUE Magazine



‘콤팩트 룸’과 워터팟water pod

건물의 2층과 3층에는 콤팩트 룸이 6세대씩 총 12세대가 자리 잡고 있다. 세로로 긴 형태의 콤팩트 룸은 가장 작은 면적으로, 화장실 및 샤워실을 타인과 공유하여 합리적인 가격으로 1인 거주가 가능하다. 콤팩트 룸 역시 가구로 구획을 나누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맹그로브의 특장점은 콤팩트 룸에도 방마다 세면대가 들어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1인의 편리하고 독립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고민이 담겨 있다. 공유 주거 모델에서 화장실과 샤워실을 공유한다면 세면대 역시 함께 쓰기 마련. 맹그로브는 세면대를 방마다 설치함으로써 나가지 않고도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공유 주거의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2층과 3층의 복도에는 한 쌍의 ‘워터팟’이 존재한다. ‘팟pod’은 콩을 품고 있는 깍지를 의미하는데 샤워실, 탈의실 및 보관대, 세면대, 화장실 네 가지 기능이 직사각형 안에 나란히 배치된 형태다. 복도의 모양처럼 길게 나열되어 여러 명이 동시에 사용 가능하다. 순환 동선을 사용하여 사용자의 과부하를 막고, 이웃과의 마주침을 가능케 했다.


콤팩트 룸과 워터팟 평면도 ©TRU Architects(좌),   워터팟 ⓒBRIQUE Magazine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1인용 맞춤 가구

맹그로브는 가구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1인 가구의 생활에 최적화된 맞춤 가구를 제작했다. 개인실 내부 가구를 제작한 비아인키노WIE EIN KINO는 효율적이지 못했던 기성품의 단점을 보완하고,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아이디어 스케치 과정에서 실제 1인 가구의 경험담을 모아 불편했지만 지나치기 쉬웠던 포인트를 디자인으로 짚어냈다. 넉넉한 크기의 서랍과 옷장은 수납을 해결한다. 여러 용도로 활용 가능한 책꽂이, 이동 가능한 가방 걸이, 침대 거치대 등을 만들어 사소한 불편함도 센스 있게 풀어낸다.


비아인키노가 제작한 1인 맞춤 가구 ⓒKIM JAEHOON STUDIO


공용 공간은 스튜디오 프레그먼트studio fragment의 가구로 채워졌다. 모두가 공유하는 라운지, 코워킹 카페, 워터팟과 수납의 연장인 신발장과 락커가 그들의 손길을 거쳤다. 개인실 외부에도 수납을 제공해 가구를 통해 안락하고 편리한 코리빙과 코워킹 생활을 완성했다.


스튜디오 프레그먼트가 제작한 외부 수납장(좌), 코워킹 스페이스 가구 ⓒBRIQUE Magazine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소, B1 부엌과 라운지

공유 공간은 개인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면서도, 이웃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순간이 생기도록 만들었다. 입주민 전용 출입구로 들어가면 처음으로 마주하는 곳은 지하 1층의 거실. 출입구가 거실 바닥보다 살짝 높게 위치해 건물로 들어서면 한눈에 거실을 볼 수 있다. 원한다면 이웃과 인사를 하고, 피곤할 땐 방으로 바로 올라가면 된다. 코리빙이지만 항상 함께하는 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거실 옆에는 부엌과 식당을 마련했다. 보통 부엌과 식탁의 위치는 서로 마주 볼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는 같은 공간에서도 소통의 단절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부엌과 식당에 높이차를 두어, 서서 요리하는 사람과 앉아서 식사하는 사람이 눈높이를 맞춰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치도록 설계했다. 방으로 올라가기 전에는 신발을 보관하는 신발장 겸 수납장이 개인별로 준비되어 있다. 신발장 위치를 각 방이 아닌 건물 출입구와 가까이 둠으로써, 외출 후 바로 거실과 부엌에 머물러도 물건 보관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실내화를 신은 상태로 실내를 사용해 계단과 복도를 서비스 공간이 아닌 쾌적하고 유의미한 대화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입주자 전용 출입구와 거실 전경, 공유부엌, 입주자 전용 신발장 (왼쪽에서 오른쪽 순으로)  ⓒBRIQUE Magazine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1F 코워킹 카페

입주민 전용 출입구는 지하 1층 라운지로 이어지는 반면, 또 다른 출입구는 1층 코워킹 카페로 이어진다. 코워킹 카페는 입주민에게 작업 및 휴식의 공간이자, 숭인동 주민에게는 동네 카페 역할을 한다. 입주민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인근 주민들과 소통 기회를 마련하고, 카페가 많지 않은 창신역 주변에서 동네 문화의 중심이 되고자하는 의도를 담았다. 코워킹 카페의 한편에는 북 큐레이션이 준비되어 있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과 잡지를 비치했다. 좋은 읽을거리를 나누며 내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1층 코워킹 카페 ⓒBRIQUE Magazine


플렉스존 & 릴렉스존

혼자만의 고요한 명상 시간, 땀을 흘리며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 두 곳을 사용하면 된다. 4층에 위치한 플렉스존flex zone은 스피닝과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다. 개인이 방 안에서 갖추기 힘든 근력 운동 기구가 마련돼 있다. 5층 릴렉스존relax zone은 말 그대로 내면을 진정시키는 요가, 명상 등 정적인 운동을 하는 장소. 스트레칭 도구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집 안에서 운동을 하는 ‘홈트족’에게 안성맞춤 공간이다. 두 곳 모두 입주자라면 24시간 이용할 수 있고, 예약제를 통해 공간을 이용한다.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예약 시간만큼은 1인 전용 운동 공간을 가질 수 있는 셈이다.


플렉스존(좌), 릴렉스존 ⓒBRIQUE Magazine


“여기가 서울이어라~”, 루프탑과 요가 데크

건물 맨 위층에는 서울의 전망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루프탑과 요가 데크가 마련돼 있다. 루프탑에서 BBQ 파티를 즐길 수 있고, 예약을 통해 입주자에게 필요한 물품도 제공하고 있다. 요가 데크에서는 소셜클럽 프로그램 중 하나인 명상 수업이 이루어진다. 도시 속 원룸에서는 누릴 수 없던 탁 트인 도시 전망과 편안한 나무 데크는 일상의 쉼을 주고 활력을 북돋아 주는 입주자의 쉼터 역할을 한다.


옥상 나무 데크에서는 명상 수업이 이뤄진다.  옥상에서 볼 수 있는 남산과 숭인동 전경  ⓒBRIQUE Magazine




<브리크 brique> 웹 페이지에서 더 자세히 보기 :  https://bit.ly/3jzUZvh


<브리크 brique>의 더 다양한 기사 보러가기 : https://magazine.brique.co/articles/


매거진의 이전글 집으로 이상을 실현하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